[모비스 부품이야기⑩]자동차 계기판이 ‘모자’에 ‘안경’까지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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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운전할 때, 차량의 주행정보 및 여러 가지 차량 상태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자동차 계기판.

연료잔량 ․ 속도계 ․ RPM(자동차의 엔진 회전수) ․ 방향전환 ․ 기어변속 ․ 도어열림 ․ 각종 오일상태 경고 등 차량의 중요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하고 중요한 장치이다. 각종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모아두었다고 해서 ‘클러스터(Cluster : 집합체 ․ 무리) 게이지(Gage)’라는 공식명칭도 가지고 있다.

운전자에게 친숙한 이 클러스터 게이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안경’을 착용하고 ‘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클러스터 게이지의 이런 모습에는 운전자를 배려한 세심하고 과학적인 과학의 원리가 숨겨있다.

가끔 운전자들이 운전석 앞 클러스터 게이지가 투명해서 보호 커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건드려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역시나 이 장치의 오염이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 보호막으로 감싸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운전자로 하여금 커버의 존재여부를 착각하게 만들만큼 플라스틱 유리가 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안경’, 오목렌즈 형태(그림 참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오목한 형태는 빛이 반사될 때 반사되는 빛의 퍼짐을 아래쪽 또는 위쪽 한 곳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운전자에게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세심한 과학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또한 이 플라스틱 유리의 윗부분 판넬은 마치 클러스트 게이지가 ‘모자’를 쓴 것처럼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자’도 반사되는 빛을 최대한 차단해, 운전자의 안전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차량 외부로부터 실내로 들어온 빛은 반사면을 가진 물체에 반사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반사된 빛이 클러스트 게이지의 유리커버에서 다시 반사가 되면, 그 표면에 하얀 잔상의 막이 형성되어 운전자의 눈에 눈부심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클러스터 게이지가 ‘모자’를 착용함으로써, 그 빛을 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야간 운행의 경우에는 클러스터 게이지에서 조명을 켜지면 게이지의 각종 그래픽에서 빛을 발산하게 되는데, 이 ‘모자’는 그 빛이 차량의 앞 유리나 측면 유리에 비치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에 따라 클러스터 게이지는 윗부분에 ‘모자’를 쓴 것과 마찬가지로, 측면부도 판넬의 외관에서 일정 거리의 깊이를 유지하며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이 ‘모자챙’은 ‘빛의 반사’와 ‘투영의 조건’을 고려해 길이가 결정되며, 이는 차량 내부 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이다. 이렇게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위해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과학의 원리를 적용하는 만큼, 자동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과학의 집합체’라고 할만 하다.

-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칵핏모듈설계팀 문경호 차장

<각종 차량운행 정보를 전하는 클러스터 게이지>

<클러스터 게이지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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