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지난해 10.7% 상승, 정보통신 급팽창… 과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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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1999년 국민계정(잠정치)' 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고성장했다는 점을 통계로 뒷받침하고 있다.

10.7%라는 성장률 자체가 87년(11%) 이후 최고치다. 특히 4분기엔 전년 동기대비 13.0%의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 경기과열 논란이 지금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지난해의 성장률이 외환위기로 사상최악의 마이너스 성장(-6.7%)을 보였던 98년과 대비돼 다소간 과대 포장된 것인데다▶바로 전(前)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은 오히려 지난해 2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가 조정양상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 과열우려 남아〓정정호(鄭政鎬)한은 경제통계실장은 "98년과 비교한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경기의 추이를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다" 고 전제한 뒤 "지난해 계절조정을 거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분기 3.1%, 2분기 4.1%, 3분기 3.3%, 4분기 2.8%로 하반기 들어 낮아지는 점을 볼 때 경기 상승속도는 다소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고 밝혔다.

경기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상승폭은 완만해져 과열을 걱정할 시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철 연구위원은 "4분기의 2.8% 성장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11.2%인데,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7%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 이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재정 및 통화정책을 서서히 긴축 쪽으로 전환해나가야 한다" 고 진단했다.

정부 역시 내심으론 과열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의 경우 98년과 비교한 기술적 반등효과가 거의 사라진 때이므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1.5%까지 떨어졌어야 안심할 만하다는 게 내부적 판단" 이라고 말했다.

◇ 성장의 질은 견실〓한은은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제성장의 질은 매우 견실하다고 평가했다.

우선 전체 경제성장 중 정보통신업 등 지식기반산업의 기여도가 48.4%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종별로는 반도체.통신기기.컴퓨터 등 제조업은 21.8%의 급성장을 나타낸 반면 건설업

(-10.1%).어업(-3%) 등은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못해 경기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또한 수출이 37.7%로 민간소비(27.7%).설비투자(17.2%)에 비해 높은 성장 기여도를 보인 점과 관련, "과거에도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면 확장국면이 오래 지속된 바 있다" 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원자재.자본재 등의 수입이 따라 늘어나는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국제수지 등 대외부문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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