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시암 선셋…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에피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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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시암 선셋'은 황당하면서도 기괴한 상황 설정과 현실감을 상실한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펑크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영화.따스한 오후,정원에 누워 밀어를 나누고 있던 페리 부부의 눈에 난 데 없이 냉장고가 떨어지는 게 보인다.눈 깜짝하는 순간 냉장고가 아내를 덮쳐버렸다.바로 이어지는 영화 속 멘트는 "화물운송 비행기에서 떨어진 냉장고에 깔려 부인이 죽었군요.하하하.죄송합니다.앞으론 냉장고 조심하셔야 겠습니다".

웃을 수도,울 수도 없는 에피소드 들이 계속 이어진다.냉장고 사건 이후 주인공 페리에게는 각종 재앙이 자석처럼 붙어 다닌다.지나가던 노파가 계단에서 구르고,덤프 트럭이 느닷없이 벽을 뚫고 들어와 잠을 설치고 사막엔 홍수가 나고…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도 행운이 온다.빙고 게임에서 호주 여행권을 딴 것이다.그러나 웬 걸.그가 타야할 버스는 덜컬거리는 고물이고 운전기사는 괴팍해서 승객을 우습게 보고 승객들은 하나같이 주책맞고.

색을 만드는 컬러리스트인 페리는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시암 선셋을 만들기위해 여행 중에도 페이트 통을 끼고 다닌다.시암 선셋의 원뜻은 태국의 일몰.타이해변에서 아내의 머리결에 비친 주홍빛 노을을 보고 페리가 붙인 이름이다.이 말에는 또 모든 불운을 몰아내고 사랑의 행운을 불러오는 색이라는 뜻도 있다.그래서 페리 앞에는 용감하고 매력적인 여자,그레이스가 나타난다.

사막에 세워진 허름한 집에서 일행이 벌이는 해프닝은 '바그다드 카페'를 연상시키는 등 시종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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