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담장 허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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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방이 적
바깥 세상은 위험.
사방이 벽
그 안이라면 안심.

담 너머
세상 소란해도
안 보이니
귀막으면 그만.

벽 너머 사람들 혹시
내 재산 노릴지 누가 알아?
도움 안 되는 사람들
굳이 알아서 뭐해.

담이 불신을 만든다고?
담이 단절을 만든다고?
모르는 소리.

못 믿으니 벽돌 하나
내 땅 지키려면 벽돌 하나
우리편 구분하려니 또 하나
담이 우리를 지켜주는 건 왜 몰라

그뿐인가
매서운 겨울바람 막아주지
성가신 잡상인 막아주지
도둑은 또 어떻고.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푸른 쉼터를 늘린다고?
공원은 괜히 있나.

주차장이 필요해?
땅이 부족해?
그렇다고
내 땅을 내줄 순 없지.

부자집 담들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휴전선 철조망도
여전히 철벽인데

우리집 담부터 허물라고?
어림없는 소리.
가진 건 없어도
뺏길 건 많아.

*1997년 대구에서 시작한 '담장 허물기' 사업이 서울시내 아파트단지와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역 내 열린 공간 형성'이라는 기대감 속에 '사생활과 보안 침해'라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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