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증시 조달로 "은행빚 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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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스닥 등 증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무차입 경영' 을 선언하는 중소업체들이 늘고 있다.

1~2년전만 해도 수백%를 기록하던 부채비율을 1백% 아래로 줄인 기업들도 많다.

할로겐 전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 라이텍산업은 1998년 말 1천73%였던 부채비율을 1년 만인 지난해 말 7%로 낮췄다. 현재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영업부진.환차손 등으로 2년 연속 적자수렁을 헤맨 라이텍산업은 지난해 경기가 좋아진데다 9월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수십억원의 금융기관 차입금을 모두 갚았다.

회사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 빚을 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향후 경영전략을 짰다" 고 말했다.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이정조 사장은 "코스닥 등록기업을 중심으로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잘 되는데다 외환위기로 놀란 업체들이 자금운용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풀이했다.

홈쇼핑업체 씨앤텔은 지난해 말 거의 무차입 상태에 도달하면서 부채비율을 84%로 낮췄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3백%를 넘는다.

전시 전문업체인 시공테크는 부채비율을 98년 1백41%에서 지난해 74%로 낮춘데 이어 올해 말 목표를 20%로 잡았다.

금융소프트웨어 업체 대신정보통신도 지난달 회사채 70억원을 전액 상환해 금융 부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 역시 5개 자회사를 포함해 은행빚이 전혀 없다.

통신 장비업체인 오피콤의 올해 경영목표도 무차입 경영이다.

삼성.코오롱.한솔그룹 등 금융기관 차입을 더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이같이 일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무차입 경영 바람이 불자 금융기관들은 돈 빌려줄 곳을 찾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신한은행 장명기 서울 역삼동지점장은 "돈을 꿔주고 싶은 데는 극구 사양하고 꿔주기 겁나는 곳에선 졸라대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은 올초 인근 인터넷 벤처 F사와 거래를 터 5억원 한도로 신용대출을 사전 승인했는데 이 회사는 여태껏 한푼도 쓰지 않았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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