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가 인정한 '김기덕 표'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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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기덕 감독이 지난 주말 폐막된 제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신작 '빈집'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2월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두번째다. 세계 3대 영화제로 일컬어지는 칸.베를린.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한 해에 두 개의 감독상을 석권하는 것은 세계 영화사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한다. 감독 개인의 스타일이나 작가 세계를 인정한다는 것이 감독상의 의미임을 되새겨 볼 때 이제 김 감독은 세계적 영화감독의 앞줄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미 유럽에는 '김기덕 표'영화 매니어들이 형성돼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김기덕 영화주간을 설정한 바 있고, 베를린에서도 김기덕 붐이 한창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상영된 그의 작품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전미 흥행수입 200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김 감독은 '영화계의 이단아'였다.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넘나드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틈새에서 저예산, 단기간 촬영으로 맞서며 국내 관객의 사랑에서도 한발 물러서 있었다. 김 감독이 거둔 쾌거가 빛나는 만큼 한국영화계의 그늘은 짙다. 우리는 이제 한국영화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자기 점검을 할 시기라고 본다.

2001년 한국영화 점유율이 '마의 40%'를 돌파한 이후 한국영화는 시장에서 파죽지세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1~7월간 국내작품의 시장점유율은 58.3%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관객 수는 38.1%나 증가했다. 반면 외국작품은 관객이 12.1%나 줄었다.

국내 영화 관객의 폭발적 인기의 그늘에는 상업주의가 깃들어 있다. 의욕과 패기가 넘치는 젊은 감독들이 만든 저예산 영화들이 상영관을 찾지 못해 창고에서 잠자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케팅 비용이 순수제작비 못지 않다는 푸념도 들린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결코 한국영화계에 득이 아니다. 세계 정상급 감독을 배출한 한국영화계의 발전적 자기 변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