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정보력 고작 이 수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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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 양강도 폭발사건은 정부의 대북 정보력에 큰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건 발생 5일이 지나도 진상이 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핵실험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폭발은 아니고 화재 아니냐"는 등 분석적 관측만 내놓고 있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직경이 3.5㎞나 되는 거대한 구름이 형성됐는데도 우리의 정보력은 고작 이 정도인 것이다. 이런 안보태세를 믿고 국민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가. 이런 정도라면 북한의 도발 징후를 어떻게 감지할지 정말 걱정된다.

물론 정부 쪽에서는 전반적인 대북 정보력이 어느 정도 수준엔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위성.항공 사진에 감청능력, 인적 정보 등을 종합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혹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알고도 말 못할 사연으로 밝히지 못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건의 경우나, 도발 징후와 같은 결정적인 대목에서 정보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위성사진이다. "구름이 많이 끼어서 항공사진 분석에 시간이 걸린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정보망에 걸리게 일기 좋은 날을 골라 도발을 하고 핵실험을 하겠는가.

미국의 정찰 장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밀하다. DSP위성은 적외선을 사용해 구름이 있어도 사진이 선명하다. 심지어 폭발한 물체의 온도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장비를 통한 고급 정보를 우리에게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점은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인정하고 있다. 왜 이런 지경에까지 왔을까. 그 이유는 이 정부가 잘 알 것이다. 대통령부터 "반미 좀 하면 어때"라는 식으로 나간 결과가 이런 것이다.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의 정보공유가 절실하다는 점을 실감했을 것으로 본다. 이제부터라도 미국과 원활한 정보공유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안보불안을 갖는 많은 국민은 정부의 이번 대응을 보면서 더욱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 정부는 유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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