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실리는 美 총기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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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총기로 인한 어린 학생들의 잇따른 재앙, 의회와 총기업자들에 대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공세-. 이런 사태 진전에 영향을 받아 미국의 총기 옹호론자들이 점차 뒤로 물러서고 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과 총잡이(총기업자)들간의 결투는 다수의 여론을 업은 클린턴 쪽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내 8대 총기 제조업체의 하나인 스미스 앤드 웨슨은 17일(현지시간) "앞으로 60일 이내에 총기 소유자가 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는 안전 자물쇠(safety lock)를 권총에 부착하겠다" 고 밝혔다.

이 회사는 그 대가로 연방정부와 각 주 및 30개 도시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안전 자물쇠는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과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이 요구해 온 핵심적 내용 중 하나다.

총기 규제론자들에게 또 하나 희망적인 것은 총기 규제에 반대해 온 공화당 내에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지난해 안전 자물쇠 등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총기 규제법안의 부결을 주도한 바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컬럼바인 고교의 비극(학생 12명.교사 1명 사망) 1주년이 되는 4월 20일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의회가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을 선두에서 이끌어왔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총기 옹호를 주도하고 있는 전국총기협회(NRA-National Rifle Association)의 광고에까지 등장한 바 있는 와츠 하원의원을 포함한 적잖은 공화당 의원들은 법안 마련을 위해 당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클린턴 대통령과 전국총기협회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싸움에 마음이 언짢았으며 뭔가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총기 생산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NRA의 웨인 라피에르 부회장은 최근 "클린턴 대통령이 손에 피를 묻혀가며 총기 규제를 옹호하고 있다" 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의회는 NRA의 협박이 아니라 어린이의 이익에 부응하는 법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며 공화당-NRA 커넥션을 공격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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