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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미국의 과학비즈니스벨트에서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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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 같은 과학비즈벨트로 성공한 해외 사례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 이하 RTP)’를 들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담배·면방직 등 1차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1950년대 1인당 주민소득이 미국 50개 주 가운데 48위에 머물렀다. 또한 이로 인해 이 지역 인근의 듀크대 등 우수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만회하고자 주정부는 1959년부터 랄리·더램·채플힐 등 기존 도시가 삼각형을 이루는 중심에 860만 평 규모로 생명공학(BT)·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과 교육·연구기능이 집적된 RTP를 조성했다.

주정부는 RTP 조성 초기부터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단지의 조성, 분양, 기업유치, 산학연 협력 등을 전담하는 본부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지역 개발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앵커기관으로 IBM과 국립보건원 산하 환경보건연구소 등을 유치하는 한편, RTI(Research Triangle Institution)라는 약 2800명의 연구원을 수용하는 이공계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의 슬로건은 ‘과학과 비즈니스의 연계(connecting science to business)’로, 정부가 과학비즈벨트의 거점지구에 설립하려고 하는 기초과학연구원과 규모, 역할 및 지향점 등에서 매우 유사하다. 또한 세종시에 인접한 대덕과 같이, RTP 인근 ‘랄리’ 시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과학단지 ‘센테니얼 캠퍼스(Centennial Campus)’가 16만 평 규모로 조성돼 있어 산학연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RTP 조성 사업을 시작한 후 정확히 반세기가 지난 2009년 현재 RTP에는 첨단기업 170개, 기업연구소 119개, 기업지원기관 90개 등이 입주해 있으며, 관련 종사자만 약 4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첨단 분야의 산학연 클러스터 형성으로 고급 인력이 몰려들면서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RTP 인근 지역의 고용과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는 RTP 인근 도시인 랄리와 더램의 1인당 주민 소득 증가율은 미국 전체 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이 같은 성공은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사례로,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각국의 많은 전문가가 이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앞으로 세종시에 조성될 과학비즈벨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RTP의 사례와 같이 벨트 내에서 핵심 앵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우수 산학연의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다른 산학연을 끌어들이는 자석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한편 주변에 새로운 파생기업(spin-offs)을 만들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각종 연구소 등에서 이뤄지는 과학연구를 토대로 첨단 산업을 이끌어갈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게 되면 장기적인 지역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결국 과학비즈벨트를 조성하게 되면 RTI 연구소가 중심이 돼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김정홍 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