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정부가 잡은 CO₂감축 목표 30% G20 이슈 선점 효과 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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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헌철(64·사진) SK에너지 부회장은 “최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0%로 잡은 것은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대한 결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입장에서 국제적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4일 서울 서린동 SK에너지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38년째 정유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유맨’이다. 그런데 온실가스 감축에 민감한 정유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신 부회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언젠가 겪어야 할 산고(産苦)”라며 “이제 출발 버튼이 눌러진 만큼 산업계의 구체적 방안을 기업 간 차별 없이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3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WEC)준비위원장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자원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전경련 차원에서 마련할 각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율해야 하는 자리에 있기도 하다.

신 부회장은 “다음 달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안을 공식화할 첫 정상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펜하겐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겠지만 최종 합의는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또 “4년 뒤에 열리는 대구 WEC는 우리의 선언을 공개적으로 중간 평가할 수밖에 없는 국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헌철(사진) SK에너지 부회장은 “경제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외면한 채 이상만을 추구하는 환경론자의 입장에는 반대하지만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도전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고통이 분명하게 예상되는데 아직 국민은 이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이 도전을 잘 넘기면 한국이 국제 문제를 이끌어갈 세계적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축안이 한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환경문제의 선진화는 경제성장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3% 줄고 전기는 3.5% 덜 썼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공장이 돌지 못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가 감축된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는 새로운 환경기술의 발전을 통해 현재의 생산성이 낮아지지 않게 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술력 향상이 절실하다.”

-중국 등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

“중국은 계속 연 9%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은 자기 의무를 다해라. 중국 역시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며 지도자들이 입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1990년 기준 4% 감축안을 마련해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이다. 적극적인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2020년까지 90년 대비 20~25%, 브라질이 2020년까지 현재 수준 대비 36~39% 줄이겠다고 한다. 대세는 우리나라와 같다고 본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따른 실천 평가는 .

“2013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1차 평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 94개 회원국의 에너지 관련 정부부처와 산업·학계·국제기구 등에서 2만5000여 명이 참석한다. 온실가스 감축안을 이행하기 위해 산업계나 국민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성과가 무엇인지를 알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하기 싫어도 분명히 평가는 받게 될 것이다.”

-외국 기업인은 어떻게 바라보나.

“이달 초 한·미 재계회의 때 에너지 포럼장에서 한국이 그동안 준비했던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랬더니 미국 기업인들은 ‘놀랍다’ ‘한국이 과연 그것을 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었다 .”

-당장은 유가가 오르는 게 문제인데.

“ 경기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의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유가는 오를 것이다. 투기자금까지 가세한다면 내년에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을 수도 있다.”

글=문병주,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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