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브로드웨이서 인기 끄는 '빌라 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요즘 뉴욕 브로드웨이의 최고 흥행작이 블록버스터 뮤지컬 '라이온 킹' 이라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단연 아르헨티나 그룹 드라구아르다의 '빌라 빌라' 가 인기다.

뉴욕타임스가 주변 상인들의 입을 빌어 "유니온 스퀘어에 있는 데릴 로스 극장에서 공연되는 '빌라 빌라' 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정도" 라고 할 정도다.

대사가 없는 것은 '스톰프' 나 '난타' 와 같지만 시사주간 '타임' 지가 '눈 튀어나온다' 고 할만큼 전혀 새로운 형식이다.

표를 예약할 때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오라는 안내를 하는 것 외에는 작품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 심지어 프로그램이나 기념상품도 공연이 끝나야 판매한다. 한마디로 '깜짝쇼' 다.

은행 건물을 개조한 대릴 로스 극장에 들어서면 까만 천막이 쳐진 어두컴컴한 방안으로 안내된다. 좌석이나 무대도 없는 텅빈 공간에 몇분 동안 방치된다. 그러다 천장을 뚫고 내려오는 '날아다니는' 연기자들과 만나게 된다. 이제 70분동안 이어질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천장 여기저기서 연기자들이 내려오며 점차 사방을 둘러싼 천막이 벗겨진다.

1998년 6월 오프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이 작품은 이미 '고개를 쳐들고 봐야 하는 날아다니는 공연' 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그럼에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무대는 네 벽면과 관객의 발 밑이나 머리 위로 수시로 이동한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짧은 에피소드들은 때로는 아크로바트, 때로는 MTV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격렬한 시각효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9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은 뮤직 클럽인 프리 다미(Prix D' Ami)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드라구아르다 그룹은 남미와 유럽의 여러 페스티벌과 이벤트에 참가하면서 작품을 다듬어가다 98년 4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형 스태디움에서 '완성판' 을 내놓았다. 5회 공연에 6만5천여명을 동원하는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오프 브로드웨이 진출의 발판이 됐다.

뉴욕〓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