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시용' 카네기홀 공연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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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인 예술가들이 뉴욕의 카네기홀과 링컨센터에서 무더기 공연을 하고 있으나 예술성을 인정받아서라기보다 과시용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카네기홀측에 따르면 1998년 9월부터 99년 9월 사이 카네기홀의 소극장인 와일 리사이틀 홀에서 공연된 음악회 3백29회 가운데 한인단체나 개인이 연 음악회가 14%인 46회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인 예술가의 공연 중 카네기홀이 예술적 자질을 인정해 초청한 사례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는게 카네기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상당수가 현지 관객들의 날카로운 비평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기보다 국내 과시용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유학생들은 귀국 후의 '이력서 기재용' 공연을 한 것이란 말도 나온다.

카네기홀 본관과 링컨센터 앨리스 털리 홀.에이버리 피셔 홀 등 초일류 공연장에서의 한국인 대형 콘서트도 연간 다섯번 가량 개최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두세번은 함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공연의 특징은 대부분 자비 부담이라는 것. 관람객도 무료 초대권을 받은 친지.친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자리가 거의 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관람객의 지각 참석 등 공연장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도 수시로 발생, 공연장 관계자들의 눈총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한국 예술인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카네기홀 공연에 집착하는 것은 이 곳에 한 번만 서면 커다란 업적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의 한 한인 원로 음악가는 "뉴욕 일원에는 교회나 커뮤니티센터 등 음악회를 열 수 있는 장소가 무궁무진한데도 일부 한인들은 카네기홀 등 만을 고집한다. 이는 타민족 사이에선 찾아보기 힘든 기이한 현상" 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 평생 음악의 길을 걸어온 미국의 유명 음악인들도 카네기홀에 서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 한다. 진정한 음악가라면 자신이 그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고 말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뉴욕지사〓양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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