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명반] 5.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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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이 교향곡과 합창의 결합이라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2번' 은 '교향곡과 합창은 물론 가곡의 완벽한 조화' 다.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노래 가락이 풍성하게 흘러 넘치지 않는 작품이 어디 있으랴만 '부활' 만큼 다채로운 선율이 등장하는 곡도 없다.

5악장 구성에다 90분 가까운 길이로 호른.트럼펫이 각각 5대, 오르간.혼성합창.소프라노와 알토 독창을 동원하는 장대한 악기편성의 곡이다.

1악장은 원래 '장례식' 이라는 제목의 교향시로 구상했던 음악. 2악장은 빈 왈츠의 원조인 춤곡 랜틀러로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한다.

작곡자는 3악장을 가리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행렬, 최후의 심판으로 향하는 죽은 자들의 행진" 이라고 말했다. 4악장 '태초의 빛' 에서는 가슴 저미게 하는 알토 독창이 흐른다.

50분 가량 계속되는 피날레(5악장)는 죽은 자들이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날만큼 소란스럽다. 독일 시인 클롭스토크의 '부활 찬가' 시작부분에 자신이 가사를 보탠 것. 사이먼 래틀 지휘의 영국 버밍엄심포니가 1987년에 녹음한 CD(EMI)만큼 이 웅대한 우주적 악상을 생기넘치는 사운드로 들려주는 음반도 드물다.

소프라노 아를린 오제르, 메조소프라노 제닛 베이커가 독창자로 나선 이 녹음에 '펭귄 CD가이드' 최신판도 최고 점수를 주었다.

완벽에 가까운 컨트롤로 오케스트라의 세부에서부터 3차원의 음향공간에 이르기까지 활기가 넘친다.

특히 합창부분은 말러가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로 한편의 서사시처럼 그려낸 음악으로 파트간의 조화를 돋보이게 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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