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선거수업' 엇갈린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4.13총선을 앞두고 일선 초.중.고교에서 이뤄질 '선거 수업' 에 대해 교육계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시교육청이 14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으로는 처음으로 '선거 수업' 허용 입장을 밝힘에 따라 어떤 내용을 어떤 수준으로 가르칠지 교사.학부모와 관계 당국이 고민중이다.

자칫 교사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전달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총선 공동 수업안' 은 초등학교의 경우 ▶부모의 지지 후보 조사 발표▶지역 감정 문제에 대한 토론▶언론에 보도된 총선의 문제점 조사▶견학 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회과목(우리나라의 민주정치 단원)에서는 바람직한 국회의원의 자격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을 뿐이다.

중.고교의 선거 수업에 있어서도 전교조는 ▶시민단체에서 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명단을 발표하는지에 대한 논의▶시민단체 활동 평가▶부모의 정당 선호도 조사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수업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내용은 중학교 3학년의 도덕(올바른 의사결정).사회(민주정치와 시민생활), 고교 1~2학년 과정인 공통사회 상(시민의 정치참여와 민주정치).정치(시민의 정치참여와 선거)교과서의 선거에 관한 원론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선거 수업으로 가능한 내용과 불가능한 내용을 구분해 전교조 주도의 수업활동을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과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정 정당.후보의 잘잘못을 거론하거나 낙천.낙선운동 등을 언급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2학기에 배우는 선거 관련 교과내용을 총선기간으로 앞당겨 수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때도 반드시 해당 학교장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어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측과 교사간의 의견 대립도 예상된다.

동국대 철학과 홍윤기(洪潤基)교수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거부하도록 하는 수업이 아니라면 학생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놓고 토론하는 훈련을 쌓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 외국의 경우〓일본은 물론 미국.유럽국가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선거와 관련된 자유로운 토론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학생들이 각 정당의 정책을 조사한 뒤 어느 정책이 타당한지 토론하는 수업도 있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정치교육센터는 각종 의정자료를 학교 교육에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