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공룡 수도권] 너도나도 車車車 막힐 수 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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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기도 용인 죽전지구에 사는 강희주(姜熙柱.43.회사원)씨. 아침마다 렌터카로 2㎞가량 떨어진 오리역에 가 분당선 전철을 탄다. 요금은 일반 택시요금의 두배인 4천원.

수지.구성지역엔 렌터카회사가 10여개 성업중이다. 마을버스는 20~30분씩 늦는 게 보통이라 출근때는 탈 엄두를 못낸다. 그나마 밤 10시면 끊어진다. 개통한 지 6년 넘은 분당선은 오리역이 종착역이다.

승객은 이 역에서 모두 내리고 빈 열차로 2.3㎞ 떨어진 죽전지구앞 차량기지창으로 간다. 주민들은 "좀 태워가면 안되나" 하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철도청은 "승강장을 만들 예산이 없다" 는 타령만 한다.

◇ '병목' 수지삼거리〓14일 오전 8시30분, 분당.용인시가 만나는 수지삼거리에는 기흥.구성쪽으로 차량들이 3㎞나 늘어섰다. 여기에 무료인 '분당~장지간 고속화도로' 를 타려고 수원쪽에서, 서울비행장쪽에서 거꾸로 내려 온 차량까지 가세한다.

삼거리 신호등은 기계적으로 신호를 바꾸지만 차들은 꿈쩍을 못한다. 주말은 더하다. 지난 11일 오후 2~4시. 수지읍 풍덕천 삼거리를 통과하려는 차량행렬이 신갈쪽으로 무려 7~8㎞다.

일부 운전자들이 인근 보정마을 소도로.농로로 몰려들자 주민들이 가로막는다. 주민 조원영(趙元永.56.농업)씨는 "휴일에는 아예 당번을 정해 마을입구를 막고있다" 고 불평했다.

◇ 전철 안타는 분당주민〓분당선 전철의 좌석은 대부분 죽전.수지 등 남쪽지역 주민들 차지다. 분당 주민은 서울까지 승용차(50%)와 버스(28%)를 주로 타고 지하철은 17%만 이용한다.

도로사정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까지 고속도로가 4개, 국도가 2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광훈(李光勳)박사는 "분당 초림동에서 서울 양재역까지 지하철은 환승.대기시간을 제외해도 39분, 승용차를 이용하면 러시아워 때 36분.낮시간에는 15분 걸린다" 고 말했다. 승용차보다 더 빠르게 서울 광화문까지 가는 광역버스도 있다.

분당주민은 그러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수지.죽전.구성지구 아파트단지 입주가 완료되는 2.3년 뒤에는 분당 도로에서 아우성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 콩나물 버스〓주민 1만2천여명인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풍무지구. 서울행은 좌석버스 노선 1개 뿐. 그나마 김포공항 입구가 종점이다. 서울 도심까지는 버스.전철을 두세번 갈아타야 한다.

양승남(51.회사원)씨는 "10분 간격인 배차시간도 제대로 안지켜진다. 1960년대 콩나물 버스를 연상하면 된다" 고 불평했다. 이 곳에는 2002년까지 5천8백여가구가 더 입주한다.

◇ 손발 안맞는 도로개설〓요즘은 서울보다 경기도에 정체구간이 더 많다. 난개발의 후유증이다.

당국의 손발이 안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천~우면산 도로(7.1㎞)의 경기도 구간(4.2㎞)은 97년 완공됐으나 서울시 구간(2.9㎞)은 이제야 기초공사 중이다.

또 부천~서울 고척동간 도로 확장공사도 경기도 구간은 92년말 완공한 반면 서울 구간은 오는 9월에나 착공할 예정이다.

정찬민.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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