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 용상서 금 …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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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재혁(24·강원도청)이 18년 만에 한국 남자역도의 숙원을 풀었다. 사재혁은 경기도 고양 킨텍스 특설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 남자 77㎏급 용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1년 ‘작은 거인’ 전병관이 독일 도나우에싱겐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래 18년 만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하지만 사재혁은 인상에서의 부진으로 합계에서 4위에 머물렀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사재혁은 인상에서 메달을 놓쳤지만 부담을 털고 용상에서 정상에 올랐다. 역시 용상은 그의 무대였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마지막 용상 3차 시기에서 역전에 성공해 금메달을 따낸 그였다.

사재혁은 용상 1차 시기에서 205㎏을 들어 출전 선수 전원을 압도했다. 2차 시기에서 206㎏에 도전하려던 사재혁은 뤼샤오쥔(중국)이 3차 시기에서 211㎏을 신청하자 212㎏으로 중량을 변경해 반격했다. 결국 사재혁은 204㎏을 든 뤼샤오쥔에 1㎏ 앞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사재혁의 세계기록 도전은 아쉬웠다. 3차 시기 212㎏에 도전한 사재혁은 바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3초를 버티는 데 성공했지만 세 명의 주심 중 두 명이 ‘실패(No Lift)’로 판정했다. 경기 후 배심원들이 다시 모여 회의를 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바를 들어올린 뒤 움직였다는 게 이유였다.

인상에서도 시작은 좋았다. 사재혁은 1차 시기에서 160㎏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하지만 잔뜩 벼르고 나선 중국 역도는 강했다. 베이징 올림픽 때 사재혁에게 금메달을 내준 중국은 자국 최고의 실력자 두 명을 내세워 앞뒤에서 압박했다. 인상이 주종목인 뤼샤오쥔은 1차 시기에서 165㎏을 성공했다. 인상이 약한 쑤다진도 3차 시기에서 165㎏을 들어올렸다. 2차 시기에서 165㎏에 실패한 사재혁은 바로 앞 순서에서 쑤다진의 성공이 부담됐는지 3차 시기에서도 실패하고 말았다.

사재혁은 “세계신기록 실패보다 인상 2, 3차 시기 실패가 더욱 안타깝다. 둘 중 한 번만 성공했다면 용상 기록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사재혁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리샤오쥔은 인상에서 174㎏을 들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합계에서도 378㎏으로 세계기록을 바꾸며 금메달을 따냈다. 김광훈(양구군청)은 합계 8위에 올랐다.

사재혁은 “2주 전 훈련에서 212㎏을 들어 세계기록을 의식했다. 바를 내려놓는 순간 반신반의했는데 실패로 나와 무척 아쉽다. 이제는 쫓는 자의 입장에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양=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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