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亂개발 묵인"…파주시등 단체소송 이어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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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가 수도권 난(亂)개발에 따른 주민피해와 관련, 피해 시민들을 모아 정부를 상대로 첫 단체소송을 내기로 한 사태는 한국 도시개발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도시개발의 실패에 대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책임을 집단으로 묻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의미〓최근 몇년간 당국과 개발업체에 의해 이뤄진 수도권의 '묻지마' 개발 열풍은 규모가 전례없이 커 피해 시민의 수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큰 국가적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쾌적하게 살게 해줄 의무가 있는 데도 난개발을 조장.방관했다는 게 환경소송센터의 입장이다. 소송에는 더 이상의 난개발을 막고 차제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이번 소송에는 용인.파주.고양.김포.의정부시 등 난개발의 직접 피해주민들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의 법적 책임〓환경소송센터 대표 손광운 변호사는 " '광(狂)개발' 을 허가해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막지 못한 중앙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고 말했다. "도로.학교.녹지공간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아파트의 대부분은 합법을 가장한 탈법" 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대규모 단지로 조성하는 것을 알면서도 건설업자들이 건축심의를 피하기 위해 기준 이하의 가구수로 여러차례 쪼개 신청한 건축허가를 승인해준 것이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등 중앙정부가 이같은 편법 개발을 못하도록 법제화하지 못하고 토지관리 정책에 큰 구멍을 만든 책임이 있다는 것. 센터측은 또한 용인시 모현면과 광주군 오포면에서 지난달 22명의 집단 이질환자가 발생한 것도 난개발의 피해사례로 들고 있다.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아파트 때문에 상수도가 부족해 이 지역 주민들이 오염된 간이상수도(공동우물)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가 없어 학생들이 먼거리를 걸어서 통학하거나 교통사고에 노출되는 상황도 국민의 피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외국 사례〓미국의 경우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비록 합법적으로 행정을 펼쳤더라도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볼 경우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다.

집단소송(Class Action)과 시민소송(Citizen Suit)이 그것. 집단소송의 경우 원고 한 사람이라도 승소할 경우 유사 피해자는 모두 피해보상을 받는 위력이 있다. 우리도 이런 법제화가 요청된다. 시민소송은 환경관련 소송으로, 지역주민들이 당국의 건축허가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볼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재헌.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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