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음란·흡연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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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2일 오후 광주시 동구 광산동 모 PC방. 고교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컴퓨터 앞에서 나체 사진들을 계속 클릭하고 있다. 오가는 남녀 중학생 또래들까지 연신 들여다본다. 주인은 텔레비전만 볼 뿐 관심이 없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H게임방.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르고 어둠침침한 실내는 연기로 자욱하다. 청소년 손님 20여명 중 절반이 담배를 입에 문 채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면서 채팅하던 李모(17)양은 "주인이 가끔 단속기간이라며 담배를 못 피우게 하긴 하지만 평소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PC방에 드나드는 청소년들이 음란 정보와 흡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많은 업주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음란 정보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는가 하면 청소년들의 흡연까지 방치하고 있다.

광주YMCA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 최근 PC방 1백55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한 곳은 19%(30곳)에 불과했다. PC를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구분해 놓은 업소는 단 한곳뿐이었다. 또 전체의 90%(1백40곳)가 금연 표시조차 하지 않거나 담배 피우는 것을 막지 않으면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엔 성인만 출입시켜야 하는데도 심야에 방문 조사한 96곳 중 11곳(11%)이 청소년 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광주YMCA 문기전 차장은 "PC방을 '정보 이용 기회 확대 등'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대안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음란 정보 노출 등 유해요소를 철저히 단속해 없애야 한다" 고 강조했다.

PC방에 자주 가는 회사원 成모(30)씨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즐겨도 주인이 제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며 "청소년용 게임에 대한 선별적인 제재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천창환.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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