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속보이는 '스승존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즘 교육부에는 '스승 존경' 캠페인이 한창이다. 지난 9일 교육부.과학기술부.기획예산처 등 7개 부처 장.차관이 한 자리에 모인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도 범정부적인 스승 존경풍토 조성을 위한 대책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교육 관계자와 학생이 다수 참석하는 행사에서 직위나 기관간 서열에 관계없이 교원을 단상에 배석토록 하자. 오는 5월 15일 스승의 날엔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하자" 는 제안이 세부대책에 반영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스승의 날엔 관련 부처 장관 공동담화문 발표 여부도 논의 중" 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땅에 떨어진 스승의 사기를 올려주자는 것이다.

교육부측은 이런 배경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에 대한 도전증가 현상과 맞벌이로 인한 가정교육 약화로 교원의 사기가 떨어졌기 때문" 이라고 했다. 맞는 분석이긴 하다.

그러나 본사에 전화를 걸어온 한 초등교사는 "교원의 사기가 떨어진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는 교육개혁 추진과정에서 교원이 무능집단.비리집단으로 매도됐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시계추를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교육부는 "나이 많은 교사 1명이 나가면 젊은 교사 2.5명을 받을 수 있다" 고 했다.

이로 인해 교단은 허탈한 분위기에 빠졌고 "차라리 교단을 떠나자" 며 명예퇴직이 줄을 이었다. 학교에 남은 교사들은 교육부장관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스승의 날엔 서울.부산지역 초등학교가 "촌지받는 날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휴교에 들어간다" 고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전화로 불만을 토로했던 교사는 "교육부가 이번에 스승 존경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책혼선과 관료들의 불필요한 말들로 불거졌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대목이 있었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 이라고 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속보인다" 고도 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교직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을 가진 분들을 향한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캠페인보다는 긍지와 사명감을 가진 이들 교원들이 보람차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열악한 교육여건의 개선에 힘을 쏟는 것이 진정 '스승 존경' 의 첫 걸음일 것이다.

강홍준 기자 사회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