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있는 식탁] 2. 냅킨-매너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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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리에 앉자 마자 호스트(주최측)보다 먼저 냅킨을 펼쳤다면, 할아버지보다 먼저 숟가락을 잡은 격이다.

직원이 냅킨을 펴 주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경우가 아니라면 호스트가 자기의 냅킨을 펼치면서 식사가 시작된다.

게스트도 따라서 펼치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냅킨을 완전히 펴서 반으로 접은 후, 양 옆으로 길게 무릎 위에 놓고 식사를 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면 허리춤이나 단추 구멍에 끼우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혹시 바닥에 떨어진 경우에는 새 것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학생시절 홍콩의 샹그릴라 호텔 뷔페식 양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사 중은 물론 자리에서 일어설 때마다 웨이터의 눈길이 따라오고, 음식을 담아 자리로 돌아오면 항상 냅킨이 잘 정리돼 의자에 걸려져 있었다. 내심 훌륭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바로 나의 무지한 테이블 매너 탓이었다. 식사 도중 자리를 뜰 때는 냅킨을 의자 위에 올려 놓아야 하는데 줄곧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이는 식사를 마쳤다는 뜻으로 '내 자리를 치워도 좋소' 라는 의미였던 것. 냅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도 잠시 후 다시 음식을 갖고 돌아와 앉는 나의 무지에 대해 보이지 않는 배려를 해 준 것이었다.

냅킨은 식사 중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무릎 위에 있으면 식사 중, 의자 위에 있으면 잠시 부재 중, 테이블 위에 있으면 식사가 끝났음을 일러준다.

또 호스트는 냅킨을 무릎 위에 펴거나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 것만으로 식사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식사 후 테이블 위에 냅킨을 올려 놓을 때는 잘 접거나 솜 덩어리처럼 뭉쳐서 놓지 않고 한 두 번 적당히 포개어 테이블 접시 오른 쪽 옆에 놓는다.

반듯하게 잘 접어 놓으면 '세탁하지 말고 다시 쓰라' 는 뜻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테이블이 아닌 의자 위에 올려 놓으면 너무 지저분하게 사용漫?감추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홍성민 <서울힐튼호텔 서비스 매너 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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