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질주…24시간 근무 회사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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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S운수의 택시기사 金모(40)씨는 요즘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불안한 생각부터 든다.

6년째 영업용 택시를 몰아온 그가 운전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은 회사측이 지난 1일 모든 택시의 근무형태를 12시간 교대에서 24시간 교대제로 바꾼 뒤부터다.

金씨는 "대낮에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고 밤에는 아예 눈을 감고 운전하다 깜짝 놀라 깨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며 "지난주에는 승용차와 충돌 직전에까지 갔었다" 고 말했다.

서울 D운수 택시기사 孫모(37)씨는 지난달 6일 아침 근무를 위해 일어나려고 했지만 팔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소뇌경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孫씨는 지난 1월말 이 회사에 입사한 후 줄곧 24~36시간씩 쉬지 않고 연속근무를 해왔다.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 날도 36시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자던 중이었다.

최근 수도권 일대 택시회사를 중심으로 24시간 이상 연속근무제가 확산돼 기사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내 택시회사는 모두 2백59개. 이들 택시기사의 하루평균 영업시간은 9.65시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24시간 이상 근무하는 업체가 서울의 경우 1백여곳은 될 것이라는 게 택시업계의 분석이다. 24시간 근무제를 택하면 교대로 낭비되는 시간이 줄어 그만큼 사납금이 늘기 때문에 택시회사들이 앞다퉈 이런 근무형태를 도입, 기사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을지병원 배희준(裵熙濬)신경과 과장은 "최근 뇌질환을 호소하는 택시기사들이 많을 때는 하루에 몇명씩 오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 법적 문제〓24시간 연속근무는 운전자는 물론 승객의 생명도 위협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어 당국은 문제점을 알고도 단속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동부 근로기준과 장의성(張義成.42)과장은 "택시기사의 경우 4인 3교대나 1일 2교대제를 권장하고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며 "사고위험이나 기사들의 건강문제 등을 고려해 24시간 근무를 못하도록 택시업체를 계도 중" 이라고 밝혔다.

전진배.강혜란.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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