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교류 인터넷 사이트 만든 국정원출신 정영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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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한 상품이 필요하십니까? 들쭉술 1병만 신청해도 배달해드립니다. "

북한 상품을 사고 싶어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주문을 인터넷으로 받아 공급해주는 최초의 인터넷 사이트 (http://unionzone.com) 이 지난달말 문을 열었다.

상품 뿐 아니라 북한에 있는 가족의 인적사항을 건네주면 상봉도 주선해주며 북한과 문화.스포츠 교류도 대행해 준다는 이 사이트의 대표는 국정원에서 31년간 대북 정보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해초 국장직을 끝으로 퇴직하고 연세대.고려대에서 강의중인 정영철(丁榮哲.56)씨. 丁씨는 남북한 고위인사 교류 때마다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금강산 국제그룹 박경윤 회장을 파트너로, 국내 소비자와 북한 상품을 직접 연결해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역설적이지만 대공 업무를 수행하며 통일을 이루려면 충분한 민간교류가 선행돼야 한다고 깨달아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냉전이 끝난지 10년이 넘었는데 한반도만 여전히 냉전 상태인 것은 체제 대립이 아니라 껼逑?사람들 사이의 적대감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

(http://unionzone.com) 의 오픈은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나 무역업체들이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만큼만 구입할 수 있는 첫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丁씨는 "북한은 신의주 건너 중국 단둥(丹東)에 물류센터를 세워 대남 수출기지로 쓸 계획이어서 이곳을 경유할 경우 한달안에 물건을 받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사이트 개설 보름만에 1백여건의 주문을 받았으며 수석.미술품.우표 등 인기 품목은 국내의 동호인 사이트를 연결해 주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丁씨는 "과거 대북 무역은 남측의 수요를 파악하지 않은 채 물건부터 사들여 실패한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구체적인 수요가 인터넷으로 파악되므로 그럴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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