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3곳 사외이사 대폭 물갈이 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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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빛.조흥.외환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중은행의 상임.비상임(사외이사)이사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한미은행도 임기가 남은 비상임이사 4명에게 9일 일괄사표를 제출받았다.

이 가운데 현재 은행장.부행장 등을 포함하는 상임 임원들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부분 재선임될 전망이다. 그러나 사외이사는 상당수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조흥은행 사외이사 전원이 은행측에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지난 7일엔 한빛은행이, 8일엔 외환은행이 잇따라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들의 일괄 사표를 제출받았다.

이들 3개 은행의 사외이사 전원은 당초 2002년 2월까지 3년 임기로 선임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은행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합동작업반' 에서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줄이고 매년 재신임토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에 따라 정부가 대주주인 3개 은행 이사회가 우선적으로 자율결의 형식을 빌려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강병호(姜柄皓)부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은행 경영의 중심축이 은행장 1인 보스체제에서 은행장.이사회 의장.감사위원회 의장의 3각축으로 변화하고 있다" 면서 "비상임이사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등 권한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상임이사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감독원의 방침"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임이사는 물론 비상임이사도 일부를 제외하곤 유임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3개 은행은 대주주인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달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상당수를 교체할 계획이다.

특히 사외이사와 상임임원들간에 은행경영을 둘러싼 견해차가 컸던 곳일수록 사외이사 교체 폭이 클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한 비상임이사는 "정부의 기본취지에는 공감한다" 면서 "그러나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지 1년만에 일률적으로 대수술을 감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정부가 사외이사 인선을 주도하게 된다" 면서 "은행경영에 보탬이 되는 인사들로 사외이사를 골라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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