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내년부터 은행 망하면 2천만원 밖에 못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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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손님 입장에선 어떤 가게에 자주 가고 싶을까요. 두말할 것 없이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겠지요. 일반 가게가 아닌 은행이라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은행에선 손님들로부터 예금을 받거나 거꾸로 대출을 해주지요□ 그같은 예금이나 대출 역시 일종의 상품이기 때문에 손님들로선 상품 가격이 싼 은행, 다시 말해 예금 이자는 많이 주고 대출 이자는 조금만 받는 은행을 선호할 것입니다.

하지만 물건 값(이자)만 보고 은행을 고르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일까요? 은행들은 여윳돈이 있는 손님의 예금을 받아 돈이 필요한 다른 손님에게 대출해주는 것을 주된 업무로 삼고 있습니다.

대개 예금을 받을 때 주는 이자보다 대출을 해줄 때 받는 이자가 더 많기 때문에 은행은 이자 차이 만큼 이득을 보게 되지요.

예금이자.대출이자 간의 차이를 흔히 예대(預貸)마진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바로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입니다.

은행은 예대마진으로 얻은 이익으로 직원들 월급도 주고 세금도 내며 살림을 꾸려갑니다.

그런데 만약 손님을 많이 끌기 위해 무작정 예금이자는 올려주고 대출이자는 깎아주는 은행이 있다고 생각해봐요. 예대마진이 줄어들다 못해 예금이자보다 대출이자가 더 낮아진다면 은행은 이득은커녕 손해를 보게 됩니다.

높은 예금이자, 낮은 대출이자 때문에 손님 숫자는 늘어날지 모르지만 손님이 많아질수록 은행은 더욱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되지요. 손해가 커지다 보면 결국 은행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이 망하면 예금을 했거나 대출을 받았던 손님들은 커다란 불편을 겪게 되죠. 심지어 맡겼던 돈을 날리는 일도 생길 거예요.

물건값(이자)만 보고 은행을 고르면 안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몇년새 우리나라에서도 5개 부실은행이 문을 닫았는데 이들 대부분은 다른 은행보다 훨씬 높은 예금 이자를 주고 있었어요.

높은 이자만 보고 이들 부실은행에 예금을 들었던 손님들은 물론 커다란 손해를 봤습니다.

하지만 이때만해도 정부가 은행이 망하더라도 은행예금 중 이자를 제외한 원금은 무조건 대신 물어주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죠.

하지만 내년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고 2천만원만 물어주도록 제도가 달라집니다. 이제 높은 이자 대신 안전성을 따져 은행을 골라야할 때가 된 것이지요.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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