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열풍…확률 낮아도 못구해 안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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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회사원 金모(39.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최근 복권을 사러 시내 판매소를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金씨가 찾은 복권은 근로복지공단이 발행하는 '파워복지복권' .

그는 "최고 당첨금이 30억원이란 말을 듣고 다섯세트를 찾았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다' 는 말만 들었다" 며 "확률은 낮지만 이런 방법이 아니면 어떻게 큰 돈을 만져 보겠느냐" 고 반문했다.

당첨은 제쳐두고 복권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1백60만세트를 만들었으나 모두 팔려 제때 물량을 대지 못한 때문이다.

파워복지복권을 구하려는 사람은 金씨만이 아니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복권판매상은 "지난 2일부터 파워복지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들르고 있다" 고 말했다.

때아닌 복권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당첨금이 커지면서 복권을 사려는 사람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발행된 복권 가운데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새천년더블복권' 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뉴밀레니엄복권' , 주택은행의 '밀레니엄복권' 은 당첨금(4매 1세트 기준 5세트가 당첨될 경우)은 20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 2일부터 당첨금이 30억원인 파워복지복권까지 가세했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도 크게 늘어 지난해 12월 판매한 밀레니엄복권은 예약자가 한꺼번에 몰린 탓에 판매에 들어간지 며칠만에 1천5백만세트가 동났다.

새천년더블복권은 1천5백만세트 가운데 94%가 팔렸다.

일반복권도 덩달아 잘 나가고 있다. 더블복권은 지난해 발행물량의 44~45%가 팔렸지만 올들어서는 판매량이 3~4%포인트 늘었다.

대구 서구의 K편의점 주인 金모(36)씨는 "지난해는 토요일도 일요일에 추첨하는 복권이 남아 있었지만 요즘은 매주 목요일만 되면 동난다" 고 말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李廷寅)지역연구실장은 이같은 현상을 "최근 코스닥시장이 달아 오르는 것과 같은 맥락" 이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아진 탓" 이라고 분석했다.

비판적인 시각은 "당첨금을 올리는 것은 사행심을 조장할 뿐 아니라 대다수의 서민들을 피해자로 만든다" 는 것이다.

그러나 李실장은 "법령에 따라 복권이 발행되는 만큼 주머니 돈을 모아 각종 기금도 만들고, 서민들은 혜택을 더 볼 수 있도록 당첨 확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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