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IT주가 고개를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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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같은 일이라도 시장은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주가가 오른다는 분위기가 강하면 웬만한 경고는 무시한다. 주가가 내린다는 전망이 우세하면 긍정적인 신호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시장은 한 방향으로 치닫기 일쑤다.

지난 주 증시가 그랬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내리길 기대했던 증시는 콜금리 동결 소식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가 활기를 띤 가운데 주가는 올랐다. 주가지수선물과 옵션의 동시 만기도 무난하게 넘어갔다. 더구나 주말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들이 크게 오르면서 장세를 달궜다.

당장 시장에선 내수주와 소재주에 집중됐던 상승 흐름이 IT주로 옮겨질 것이란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주의 관심은 단연 기술주의 움직임이다.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IT주가 오르면 시장은 상승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지난 주말 IT주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기대감에는 사실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주가가 충분히 싸졌다는 것이다.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날과 비교해 현재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30%나 하락한 상태다. IT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은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엔 위험이 따른다. 어디까지나 많이 떨어졌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만을 겨냥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IT 주가가 제대로 상승 흐름을 지속하려면 IT경기 자체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관련 업체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란 신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나만 막차를 타지 않으면 된다고 요행수를 바라는 '수건 돌리기식 투자'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주엔 IT경기 흐름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할 것 같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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