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른 北·日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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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과 일본의 관계개선을 위한 협상이 본궤도에 올랐다. 1992년 이래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로 끊긴 정부간 고위급 채널이 복원된 것이다. 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양측관계가 깊은 수렁속으로 빠졌을 때와 견주면 커다란 진전이다.

양측이 4월에 본회담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일본의 식량지원 덕분이다.일본의 식량지원은 불가피했다. 지난해말 초당파의 방북단과 노동당 회담, 한차례의 정부간 예비회담과 뒤이은 접촉에서 북한이 식량지원 없이는 수교교섭 본회담을 가질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일본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간접지원 방식을 택한 것은 국내의 반대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에 정부미가 남아도는 것도 식량지원과 무관하지 않다. 적정 비축량(약 1백65만t)을 크게 웃도는 2백55만t의 쌀을 보관하는 데만 연간 수억달러가 든다고 한다.

식량지원은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기도 하다. 자민당 나카야마 다로(中山太郞)외교조사회장은 "한.미.일 3국 협조로 북한의 2차 미사일 발사실험이 중단된 만큼 일본도 협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적십자회담에선 양측의 인도적 문제가, 본회담에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배상문제 등 수교 현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양측이 적십자회담에서 인도적 문제를 다루기로 한 것은 '납치 문제' 에 걸려 본회담이 삐걱거리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관계개선 작업이 급진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납치문제' 때문이다. 당장 납치자 가족과 관련단체는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자민당내 보수파도 북한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제동을 걸 수 있다. 일본이 제기할 북한의 미사일문제나 북한이 들고나올 배상카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북한이 미국과의 대화.관계개선을 우선해온 것도 변수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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