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대구 북구 칠성2가 경북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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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누군가가 엿보는 것같아 집안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요. " 대구 북구 칠성2가 경북맨션(1백20가구)에 사는 주부 朴모(40)씨는 요즘 밤낮으로 커텐을 친다. 대구역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집안을 들여다볼까 싶어서다.

朴씨는 "임시 대구역사 통로에서 아파트가 훤히 들여다보여 사생활이 불안하다" 고 하소연한다.

이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은 대구역이 신축공사를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임시역사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임시역사에서 시민회관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아파트에서 불과 30여m에 불과해 베란다를 통해 아파트 내부가 들여다보이기 때문. 별다른 가림판없이 철망으로만 돼 있어 하루 몇천명이나 되는 지나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임시역사로 옮기면서 철로변에 들어선 방음벽으로는 1층 정도만 차단된다" 며 아파트쪽 통로벽을 막아줄 것을 요구했다.

게다가 철로변 아파트 바로 옆 비포장 도로로 인한 불편도 이만저만 아니다. 길이 1백50m 폭 5m의 이 도로는 대구시 소유지만 양쪽이 울타리로 막혀 있어 주민들이 오랫동안 텃밭으로 활용해오던 것이었다.

철로변 방음벽 공사를 하면서 양쪽 울타리가 없어진 뒤로는 대구역을 찾는 차량들의 주차장이 돼버렸다.

흙길을 많은 차량들이 다니면서 먼지가 일어 철망으로만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 이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을 열어둘 수가 없고 빨래를 해도 소용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동 등 차량소음 때문에 잠을 설치고 차량들에서 버리는 쓰레기도 골칫거리라는 주장이다. 주민 이종렬(李鍾烈.53.여)씨는 "밤늦게 술에 취해 싸우는 소리도 많이 들려 불안하다" 고 말했다. 이에따라 주민들은 북구청.대구역측에 대책을 세워달라며 요구하고 나섰다.

경북맨션 아파트운영위원장 성기근(成基根.49)씨는 "임시역사에서 업무가 시작된 뒤로 주민들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없다" 며 "복도 통로에 가림판을 설치하고 도로통행을 막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대구역 등과 협의해 아파트 실내를 볼 수 없도록 가림판 설치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 고 밝혔다.

하지만 도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원래 도로이기 때문에 차량통행을 막기는 곤란하다" 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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