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경찰 대학은 경찰 발전의 구심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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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찰대학의 개편 내지 폐지는 대학 설립 당시부터 끊임없이 경찰 내외부에서 거론된 문제다. 경찰대학이 경찰 내부의 공론화 없이 탄생한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는 것과 다른 경찰에 비해 많은 특혜를 받는다는 점, 그리고 경찰대학 출신들로 인해 비간부 출신들이 간부로 승진할 때 인사적체 및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경찰 조직과 국민에게 있어 경찰대학이 정말 불필요한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혹자는 경찰대학이 과거 전두환 정부 시절 탄생해 군부 독재 시절의 악습을 그대로 안고 있어 아직도 군사문화가 잔재하는 '경찰 사관학교'라는 비판을 한다. 경찰대학이 민주 경찰과는 소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경찰대학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물론 경찰대학이 특수대학이고 처음 모델로 삼은 대학이 육군 사관학교였으니 아예 군사문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대학은 지난 20여년간 자체적으로 민주적 사고방식을 함양하기 위해 사관학교 문화가 아닌 경찰대학만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동안의 여러 노력으로 현재의 경찰대학생은 절제된 생활과 규율을 통해 자기 자신을 계발시키면서도 일반 대학생과도 같은 자유로운 생활을 경험함으로써 경찰과 일반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경찰대학이 군사문화로 인해 비민주적 경찰관을 양성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주장이다.

그리고 현재 순경에 입직하는 사람들의 약 90%가 대졸자(4년제 대졸자와 2년제 대졸자를 합한 수치)라는 것을 들어 경찰대학이 존립해야 할 근거를 잃었다고 하는 주장 역시 동의할 수 없다. 과거와 달리 너도 나도 대학에 가는 이때에 단순히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떤 대학을 나오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경찰은 국민에게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리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좀더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찰대학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경찰 내부로 끌어들이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수능성적이나 대학의 네임밸류가 곧 그 사람의 능력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경찰대학 출신이 아니라고 능력이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큰 집단 전체를 생각해 봤을 때 경찰대학 출신들이 다른 어떤 집단보다 유능하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경찰대학 출신 중에는 바쁜 경찰 생활 중에도 시간을 내 국내외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현재 경찰대학이나 일반대 경찰행정학과에서 교수 요원이나 정교수로 일하고 있는 분이 많고, 이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경찰대학 출신들에 의해 발표된 수많은 논문은 한국 경찰제도의 개혁과 순수학문으로서의 경찰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런 값진 연구와 논문들이 과연 한국 경찰에 있어 무가치하다 할 것인가.

또한 그동안 권력의 앞잡이로 국민의 불신을 가져왔던 경찰 조직의 이미지를 쇄신시키는 데는 경찰대학의 역할이 컸다.

단순히 경찰대학 출신들의 특혜 때문에 비간부 경찰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는 경찰 노조 설립 등을 통해 경찰 내부에서 근무환경 개선이나 처우증진, 인사제도 개혁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단순히 경찰대학을 폐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만일 경찰대학이 폐지된다면 경찰 내부에서 일시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은 없어지겠지만 근무환경은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이고, 오히려 경찰대학이 가져다줄 수 있는 수많은 장점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찰대학 출신들이 그들이 받았던 혜택에 비해 그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는 경찰대학 개편이나 폐지가 아닌 경찰대학 교육제도의 개편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경찰대학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이관형 경찰대 법학과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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