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시급한 생명과학 특허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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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생명과학은 인터넷 못잖게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분야다.

때문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에 관해 윤리적.법적 문제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곧 다가올 생명공학시대에는 인간의 유전자를 포함한 각종 생명관련 특허에 관한 분쟁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각종 난치병의 유전자 치료가 보편화될 때 환자 자신의 몸에 있는 특정 유전자를 치료하면서 그 유전자의 특허권자에게 비싼 특허료를 내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생명과학의 지적재산권 인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환경단체나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은 인터넷 상의 지적재산권을 인정치 않으려는 '카피레프트운동' 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의를 제기한다.

생물자원 특허는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특정기업이나 국가가 독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보건국은 몇년 전 남태평양 군도의 원주민의 혈액에서 특정 바이러스를 채취해 특허를 획득했으나 해당 국가 및 국제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려 결국 특허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의 과실에 대해 특허를 부여해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새로운 유전자의 발견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그 보상을 해줘야 마땅하다는 것이 논리다.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 발견된 인간의 유전자 자체에 수많은 특허가 부여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 를 탄생시킨 생명복제 기술도 논란 끝에 영국에서 특허권을 인정받았다.

얼마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인간게놈프로젝트' 를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몇개월 내에 완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배경엔 미국 정부가 민간기업들의 유전자 특허 선점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에 대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관련기술을 획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기술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도록 법적인 체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도 의문이다.

이 문제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최성우<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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