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준 교수 추모 특별논문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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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계(一溪)김철준(金哲埈.1923~88)교수 10주기를 추모하는 특별 논문집이 나왔다.

한영우(서울대 인문대학장).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노태돈(서울대 국사학과) 등 26명 제자들이 쓴 추도사와 논문 등을 모은 '한국사론' (서울대 국사학과 펴냄)이 그것.41와 42호 합집으로 1천 쪽이 넘는 이 책엔 모두 23편의 논문이 실렸다.

4년간 연세대 교수로 있다가 63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25년간 국사학과에 재직한 김철준 교수는 현재의 자유분방한 서울대 국사학과 학풍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옥자 교수는 "언제나 직설적이면서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분으로 학생들을 도제(徒弟)교육의 틀에 가두어 두지 않으므로 자유분방한 학풍을 여셨다" 며 "인문학은 기술학과 달라 얽매이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일찍 깨달으신 것 같다" 고 말한다.

한영우 교수는 "삼국시대 정치제도사와 한국사학사를 주로 연구하며 단재 신채호 선생을 존경한 분" 이라고 회고하고 "일제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일재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 그 분의 철학이었다" 고 말한다.

이런 그의 소신은 무정부주의자라 해서 60년대까지만해도 언급하기조차 어려웠던 단재 신채호를 다시 평가하는데 기여했다.

또 문헌기록이 거의 없는 한국 고대사학계에 인류학 이론을 도입해 학술사에 족적을 남겼다.

그의 저서 '한국고대사회연구' 는 출판저널이 선정한 '21세기에도 남을 20세기의 명저' 로 꼽혔다.

하지만 삼국사기.신라본기 등 초기기록을 신뢰하지 않아 신라건국 연대를 끌어내려 일제식민사학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번 논문집에는 가야사 전공자인 김태식 홍익대 교수가 경남 김해시에 있는 수로왕릉에 정문 현판에 새겨진 쌍어문(雙魚文)이 그려진 시기에 의문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으며 김기흥 건국대 교수는 '도화녀(桃花女)와 비형량(鼻荊郞)설화' 의 역사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노태돈 교수는 북한학계의 고조선사 연구동향을, 정연식 서울여대 교수는 조선시대 도로에 관한 논문을 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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