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기성용 입맛 쓴 고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고별전은 씁쓸했다. “팀을 우승시키고 셀틱으로 진출하겠다”는 기성용(20·FC 서울·사진)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도리어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프로축구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 시즌을 마친 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기로 일찌감치 확정 지은 기성용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청용(볼턴)의 잉글랜드 이적 공백을 메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스트라이커 데얀마저 지난 경기 퇴장으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0-1로 뒤지던 전반 14분 예리한 스루패스로 전남의 수비벽을 일거에 무너뜨리며 정조국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왜 스코틀랜드 명문 구단 셀틱이 기성용을 영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창의적인 패스였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의 결정적 프리킥 찬스에서 기성용은 직접 슈팅을 쏘았지만 모두 골대를 비켜갔다. 연장전까지 비긴 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는 골대 구석으로 찬 회심의 슈팅이 전남 골키퍼 염동균에게 막혔다. 기성용과 FC 서울 팬들이 동시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서울은 기성용 이외에도 이종민과 이상협의 슈팅이 빗나가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우승을 향한 기성용의 도전은 6강에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경기가 끝난 후 기성용은 믹스트 존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무거운 얼굴로 “죄송합니다”는 말만 한 뒤 선수단 버스에 올라탔다.

기성용은 다음 달 초 스코틀랜드로 건너가 메디컬 체크를 받고 입단 준비를 한다. 늦어도 다음 달 말에는 셀틱의 훈련에 합류해 손발을 맞춘 후 내년 1월부터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해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