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윤락 여동생 e-메일로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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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소위 티켓다방에서 온갖 고초를 겪던 여동생을 구해낸 회사원 A씨(23)에게 e-메일은 바로 '수호천사' 였다.

A씨가 2년전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여동생(16)이 지방 소도시 티켓다방에서 혹사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해 말.

"나중에라도 업주의 보복이 있을지 모른다" 는 생각에 경찰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A씨는 올 1월말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youth.go.kr)를 찾았다.

A씨는 홈페이지에 개설된 '위원장과의 대화' 란에 접속, '제발 도움 부탁드린다' 는 e-메일을 보냈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즉시 "여동생을 구해오는 것이 급선무니 다방 소재.연락처 등을 알려달라. 절대 비밀을 보장한다" 고 회신했다.

그러나 A씨는 고민을 계속했고 열흘간을 기다리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동생을 구하고 미성년자를 고용해 착취하는 악덕 업주들을 뿌리뽑는데 신고가 필요하다" 는 e-메일을 다시 보내 설득을 계속했다.

드디어 A씨는 지난달 다방 소재지를 적은 e-메일을 보냈고, 경찰의 협조를 받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곧장 문제의 다방을 급습해 A씨의 동생 등 미성년자 3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다방 업주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은 물론이다.

강지원(姜智遠)청소년보호위원장은 5일 "최근 e-메일을 통한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 며 "최선을 다해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청소년 유해환경 신고와 제보가 이어지길 바란다" 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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