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미혼여성 월경 질환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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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사춘기를 포함한 미혼여성들도 생식기 및 생리 이상에 대한 산부인과 조기검진이 필요하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두석 교수가 미혼여성과 생리 이상에 대해 상담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사춘기 여학생이나 미혼여성이 가장 가기를 꺼리는 진료과는?

단연 산부인과다. 산부인과 질환 하면 성생활하는 여성들의 질병이란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질환은 여성이 생식기를 갖고 출생한 이상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1995년 국내 최초로 '사춘기 미혼여성 클리닉'을 개설한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최두석 교수팀은 지난 9년간 클리닉을 방문한 2070명을 분석한 결과 3명 중 2명꼴(66%)로 비정상적 자궁 출혈.무월경.생리통.어린이 질염 등 생리 관련 질환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 비정상적 자궁 출혈=젊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질병이며 특히 10대에 많이 발생한다. 생리는 시작했지만 아직 생식기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부정기적으로 출혈이 일어난다.

초경 시작 1년쯤 지난 뒤 20일간 심한 생리를 해 병원을 찾은 K양(13)이 대표적이다. K양 역시 처음엔 산부인과 가길 꺼려 소아과를 방문했다.

그러나 빈혈 진단을 받고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산부인과로 옮겼고 정밀검사 결과 비정상적 자궁출혈이 드러났다.

최 교수는 "난소가 미성숙하면 적정량의 호르몬이 나오지 못해 무배란(無排卵)성 비정상 출혈이 잘 일어난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생리는 처음 2~3일간 약간의 생리통과 함께 양이 좀 많다 차츰 줄면서 1주일 내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부정기적 출혈, 생리 주기가 35일 이상인 희발(稀發)월경, 3주 미만인 빈발 월경일 때는 산부인과를 방문해 갑상선 질환, 유즙 분비 호르몬 이상, 혈액 질환 등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 무월경=무월경은 한번도 생리가 없었던 원발성과 생리가 있다가 안 나오는 2차성으로 나뉜다. 원발성 무월경은 16세 이후에도 초경이 없거나, 14세가 지났는데도 2차 성징(가슴이 나오고 음모가 생김)과 생리가 없을 때다. 원인은 자궁이나 질이 형성되지 않은 선천성 기형, 염색체 이상, 사춘기 지연 등이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선천성 질 위축이 있다면 결혼 전에 질을 만들어줘야 한다.

생리가 잘 나오다 어느 순간 안 나오는 2차성 무월경도 있다. 최 교수는 "스트레스, 심한 다이어트, 비만, 종양, 내분비질환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원인에 따른 치료를 하면 된다. 예컨대 비만하면 난포 성장이 억제돼 생리가 안 나온다. 따라서 이땐 살을 빼야 한다. 반대로 너무 말라 지방세포가 없어도 난자 생성이 안 돼 생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땐 체중을 늘려줘야 한다.

◆ 생리통=25세 이하 미혼 여성의 10%는 학교생활 등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심한 생리통에 시달린다. 생리통은 초경 후 6개월에서 1년 지나 배란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면서 나타난다.

생리통의 원인은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자궁 근육을 심하게 수축시켜 빈혈 상태로 만들기 때문. 따라서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생리 시작 때부터 통증이 있는 동안만 복용한다. 평상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생리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 어린이 질염=10세 미만 여자 어린이가 산부인과를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질염이다. 초경 이전 어린이들의 질은 지방이 적고 피부가 얇은 데다 저항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가임기(초경~폐경 사이) 여성에 비해 세균 감염이 쉽게 되며 물리.화학적 자극 대해 염증도 잘 생긴다.

일단 질염에 걸리면 아이는 외음부가 붉어지면서 가려움증을 호소한다. 또 질에서 평상시에 나오지 않던 이상한 분비물이 나오면서 비릿한 냄새도 난다. 따라서 어린 딸 아이가 ▶외음부를 긁거나 문지를 때▶대.소변을 볼 때 아파하는 경우▶팬티에서 이상한 냄새나 분비물 등이 발견될 땐 즉시 산부인과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 질염은 평상시 위생상태를 청결하게 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흔한 원인은 대변에 묻어나온 대장균이 질에 감염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변을 볼 때 앞에서 뒤로 닦으면서 잘 씻어 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따뜻한 물에 좌욕을 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옷은 통풍이 잘 되도록 꽉 끼는 바지 등은 피하고 가능한 한 헐렁한 옷을 입히는 게 좋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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