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천연기념물 원앙이 사는 곳을 아십니까.
한강의 유일한 자연섬인 밤섬이 정답. 이곳에는 원앙을 비롯해 수많은 식물과 25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서울의 생태낙원이라 할만하다.
KBS1 '자연다큐멘터리-밤섬' (3일 밤 10시)에서 이 섬의 신비를 벗긴다.
밤섬은 1968년 2월 여의도 개발을 명분으로 폭파된 뒤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채 30여년을 지내왔다. 바위뿐인 폐허 위에 한강의 퇴적물이 쌓여 오늘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제작진은 지난해 5월 이곳에 위장막을 설치하고 관찰에 들어갔다. 지금은 도시 풍경에 익숙한 듯 별 탈 없이 살아가는 흰뺨검둥오리 가족. 부화한 새끼들을 데리고 첫 나들이를 나선 이 단란한 일가가 카메라에 잡혔다.
수변식물인 갈풀 군락은 흰뺨검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의 보금자리.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는 밤섬의 터줏대감이 된 지 오래다. 서울에서 이곳보다 안전하게 새끼를 낳아 키울 수 있는 곳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시민들의 방생으로 이곳까지 흘러온 수입종 붉은 귀거북과 멸종위기에 처한 남생이와 자라도 어렵게 포착했다.
지금 밤섬에선 철새들의 먹이경쟁이 치열하다.
새들에게도 겨울은 가혹한 계절. 턱없이 모자라는 먹이 때문에 최소한의 에너지로만 연명한다는 게 제작진의 분석이다.
정재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