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낙천자 탈당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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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이 일제히 탈당할 움직임이다. 7명 중 조영재(趙永載.대전유성).김고성(金高盛.공주-연기)의원이 지난주 한나라당과 한국신당에 입당했고 나머지도 '절대 불복' 을 외치며 짐을 싸려고 한다.

이들은 지역구가 모두 충청권이다. 당을 떠나 출마할 경우 자민련의 텃밭이 적잖은 위협을 받게 된다.

이상만(李相晩.아산)의원은 휴일인 27일 당사에 나와 "내일까지 공천 번복이 없으면 즉각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 고 통첩했다.

횡령혐의로 2심재판에 계류 중인 원철희(元喆喜) 전 농협회장에게 밀린 그다. 李의원은 "공천심사위에서 '元씨가 석달 뒤 형이 확정되면 보궐선거에 출마하라' 고 회유하고 있다" 고 폭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준병(朴俊炳)부총재에게 지역구(보은-옥천-영동)를 빼앗긴 어준선(魚浚善)의원은 28일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그는 "JP(김종필 명예총재)가 '전국구로 배려해 줄테니 참아달라' 고 했으나 거절했다" 며 열을 올렸다.

막판에 한영수(韓英洙.서산-태안)부총재에게 후보자리를 내준 변웅전(邊雄田)의원도 마찬가지. 그는 JP측이 제의한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거부했다. 邊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내가 가장 지지도가 높았다. 무소속으로 나가도 당선을 확신한다" 는 입장이다.

지난주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인구(李麟求.대전대덕)의원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변의 말이다. 민국당(가칭)측이 그의 영입을 위해 접촉을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외부와 연락을 끊은 김종호(金宗鎬.괴산-진천-음성)부총재도 탈당쪽으로 기울었다는 측근들의 귀띔이다. 그는 최근 한 사석에서 "자민련이 어려울 때 입당해 도와줬는데 (JP가)나한테 이럴 수 없다" 며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자민련으로선 우선 이들을 흡수할 비례대표 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고민이다. 이들을 붙잡을 만큼 JP의 통제력도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발표직전까지 명단이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은 것이 탈락자들을 승복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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