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매력 1호 '솔직담백'…부동표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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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매케인 돌풍' 의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미국 대선경쟁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이 승승장구하자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등 미 언론들은 그의 돌풍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특집기사를 잇따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매케인의 약진을 '매케인 현상' 이라 명명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왜 '매케인 돌풍' 인가에 대한 네가지 추론을 내놓았다.

▶각종 섹스 스캔들의 장본인인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반감▶1992년 무소속 대선후보 로스 페로 열풍의 재연▶골수 공화당 상층부만의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 대한 거부감▶전쟁영웅 매케인에 대한 무조건적 호감 등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매케인을 페로에 연계시킨 점이다.

민주당 선거전략가 스탠 그린버그는 "과거 페로의 지지층들이 대거 매케인으로 향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이는 매케인 진영에서 파악한 조사와도 같다.

매케인의 여론조사가 빌 매클터프는 "설문조사 결과 매케인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람 중 24%가 페로의 지지자였다고 응답한 반면, 부시 지지자들 가운데선 2%에 불과했다" 고 밝혔다.

포스트지는 매케인 현상은 방향잃은 무소속 유권자들의 갈길을 제시해주고 있다면서 공화.민주 양당은 물론 해리티지재단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올해 미 대선에서는 분명 상당히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즉 날로 늘어나는 무당파들은 클린턴의 장기집권과 부시의 공화당 엘리트 의존성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전쟁영웅이자 솔직담백한 성격의 매케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ABC방송도 지난 25일 흥미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인의 51%가 매케인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마냥 그를 좋아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무소속 유권자들의 그에 대한 지지율도 과반수를 넘는다.

더욱 흥미있는 조사결과는 응답자의 3분의2가 매케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정책을 표방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매케인은 다른 주자들에 비해 당파나 보수.진보의 이념을 초월해 더욱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고 분석했다.

미국의 양당정치에 식상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무소속 유권자의 폭발적 증가와 편협적으로 골수 공화당원에 의존하는 부시의 계속된 악수 등이 어우러지면서 매케인은 쏠쏠한 재미를 맛보고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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