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의회서 북핵 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8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에서 칙서를 읽고 있다. 영국 왕은 매년 11월 의회 개원 때 정부의 주요 입법 계획 등을 담은 칙서를 읽는 형식으로 연설한다. [런던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8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개원 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를 거론했다. 여왕이 공식 석상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왕은 BBC 방송으로 생중계된 연설의 말미에서 “나의 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여건들을 조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여기에는 이란과 북한의 도전에 대한 대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평화 문제에 대해 연설한 직후였다.

영국에는 매년 11월 의회 회기가 시작될 때 왕 또는 여왕이 입법 계획을 밝히고 의회의 승인을 요청하는 형식의 연설을 하는 전통이 있다. 영국 내외의 현안에 대한 왕의 의견도 포함된다. 총리와 사전 조율을 거치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정부의 견해와 일치한다. 올해 연설에서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북한 등 4개국이 거론됐다.

여왕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안보·안정·번영과 중동 평화를 위해 영국 정부는 일할 것”이라며 “집속탄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속탄은 내부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있어 살상력이 큰 폭탄이다.

주한 영국대사관의 케이트 잉글리시 대변인은 “영국 정부가 핵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를 최우선적 국제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번 연설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5월의 핵확산방지조약(NPT) 검토회의를 앞두고 있어 영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왕은 이 연설에서 재정적자 축소, 교육격차 해소, 청소년 범죄 예방, 고용 촉진 등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계획도 밝혔다. 여왕은 “영국 경제가 세계 경기 침체로부터 회복되면서 정부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기업과 가정이 번창하도록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