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문맹률 5%…"결손가정, TV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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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인 20명 가운데 한 사람은 제대로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자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의 최근 보도다. 즉 8000여만명의 독일 인구 중 5%에 해당하는 400만명이 문맹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서류 작성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동 금전출납기의 안내문을 읽지 못해 일상 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TV 프로그램이나 제품 사용설명서를 해독하지 못해 사회 생활에서 고립되고 있다. 당연히 일자리 얻기도 힘들다. 독일 문맹퇴치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맹자의 61%는 초.중등 교육을 마치지 않았다. 또 71%는 직업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41%는 실업자였고 50%는 독신자로 밝혀졌다.

해마다 2만여명의 문맹자들이 새로 글을 배우기 위해 시민학교 등을 찾고 있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대체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 문맹자 수가 어떻게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결손가정이 늘면서 부모가 자녀의 학습지도를 소홀히 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또 한번 문맹자가 되면 그 자녀들도 문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맹 세습'의 악순환이 이뤄질 공산이 큰 것이다.

한편 설사 학교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오랜 기간 책읽기와 글쓰기를 멀리하면 이런 기능이 퇴화해 문맹화를 부른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TV와 비디오 시청 등이 늘며 책을 멀리하는 풍조가 독일의 문맹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어린이들의 주당 평균 TV 시청시간은 17.5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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