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알려진 습지를 발견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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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보실은 24일 환경부 기자실에 '오대산 국립공원에서 고산습지 발견' 이라는 보도자료를 사진까지 첨부해 돌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팀이 지난해 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오대산 습지 정밀조사에 나서 삼양목장 내 해발 1천1백m 이상의 고지대에서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산습지를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수천만원을 들여 발견했다는 이 습지는 1997년 10월 13일자 중앙일보 22면에 '백두대간 4곳에서 고층습원(濕原)발견' 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내용에 포함돼 있던 곳이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당시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함께 4개월에 걸쳐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환경대탐사' 를 실시했었다.

그 과정에서 탐사대는 오대산국립공원 소황병산 남쪽사면 해발 1천1백40m에서 습지를 확인하고 물이끼 군락과 함께 솔잎사초.골풀'.논빛승마.만병초 ' 등 희귀한 습지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탐사결과가 사진과 함께 보도된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녹색연합이 이듬해 3월과 지난해 12월 각각 발간한 '백두대간 환경대탐사 보고서' 와 '백두대간 산림실태 보고서' 에도 이같은 사실이'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함께' 명확히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의 98년 자연생태계 기초조사에서도 이 지역에 흩어져 있는 습지에서 서식하는 양서.파충류에 대한 조사내용이 포함돼 있'돼 있고 산림청 임업연구원과 충북대 등에서도 이 지역 습지를 여러 차례 조사하기도 했'다.

결국 이미 확인된 습지를 '새로'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셈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백두대간 보고서를 보고 조사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조사결과 지질이나 토탄층.화분(花粉) 등 새로운 사실이 많이 밝혀졌다.

지난해 가을 학회에도 새로운 발견으로 보고했으나 별 문제 없었다" 고 해명했다. 고산습지의 특성을 새로 발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녹색연합 관계자는 "오대산 습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조사를 실시했는데도 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말했다.

오대산국립공원에서 고산습지를 새로 발견했다는 식의 과장이 정밀조사 결과의 의미마저 퇴색시킬까 우려된다는 지적이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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