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공화 지명전] 매케인 선두 재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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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대선 레이스의 공화당 후보 지명전은 22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시간과 애리조나주에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완파함으로써 또 다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애리조나주의 경우 매케인이 상원의원으로 있기 때문에 그의 승리가 예견됐지만 격차가 예상보다 큰 24%포인트나 됐다.

또 미시간주는 부시가 공화당 기간조직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도 석패했다. 따라서 오는 3월 7일 13개 주에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 이 지나봐야 승자가 드러날 형국이다.

◇ 치열한 공방전〓주(州)를 옮길 때마다 승자가 바뀌는 공화당 예선전이 미국인들을 대선 현장으로 잡아끌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19일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22일 치러진 미시간과 애리조나주 선거에서도 1996년 대선 때의 두배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장을 찾았다.

최근 실시된 전국여론조사(CNN/USA투데이)에서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과 가상전을 붙이자 부시는 5%포인트, 매케인은 24%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매케인의 승인〓공개투표제도(open primary)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미시간주에선 전체 투표자 중 공화당원이 49%였고 민주당원과 무소속이 51%였다.

CNN의 정치평론가 빌 슈나이더는 "공화당 선거에서 공화당원 비율이 가장 낮았던 선거" 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시간주는 인구의 4분의 1이 가톨릭 신자다. 이들은 개신교 보수파의 절대적 지원을 받는 부시 대신 매케인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종의 종교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는 CNN방송에 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선거 때는 부시가 매케인에 대한 비방광고를 18일간 내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틀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게 차이를 만들었다" 고 분석하기도 했다.

◇ 향후 전략과 전망〓공화당 예비선거는 전형적인 조직(부시)과 바람(매케인)의 대결로 가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와 기간조직은 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이고 동생은 플로리다 주지사인 부시를 지지한다. 부시는 부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세금대폭 감면을 내세우고 있다.

매케인도 공화당 기간조직의 지원 없이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2일의 승리 이후 "나는 레이건주의자다. 자랑스런 보수주의자이며 나의 고향인 공화당을 사랑한다" 고 공화당원들에게 노골적으로 구애를 했다.

그는 또 "공화당 지도부는 이제 가망없는 부시 대신 나를 밀어달라" 고 강조했다. 그러나 매케인은 세금 감면보다는 사회보장제도 확대와 의료보험정책 등을 강조하고 있어 정통 공화당 노선과 약간 차이가 있다.

매케인은 중도 보수주의자들이 많은 뉴욕과 코네티컷주, 뉴잉글랜드와 메릴랜드주 등에서 우세하다.

반면 부시는 자신이 주지사로 있는 텍사스, 동생이 주지사인 플로리다는 물론 조지아.미주리.오하이오.미시시피.오클라호마 등 훨씬 많은 주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시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공화당 원로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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