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인터넷 열풍 지방도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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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북도청에서는 요즘 인터넷 무용담(武勇談)이 연일 화제다. 경북도 공보실에 근무하는 권기종(權奇鍾.40.7급)씨가 지난 연말 일장기를 뜻하는 홈페이지(http://www.japanflag.com) 등 일본 관련 주요 도메인 다섯 개를 선점해 일본 네티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장기 대신 '한국령(韓國領)' 이 새겨진 표지석과 태극기가 휘날리는 독도사진이 영문설명과 함께 한눈에 들어온다. 權씨는 세계 네티즌에게 독도가 한국땅임을 이 한장의 사진으로 알린다.

일본의 아시아 침략사와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 등도 영문과 한글로 실려 있다. 연초부터 독도를 놓고 트집을 잡는 일본의 속셈을 사이버 세계에서 응징한 셈이다.

그는 이 사실을 세계 네티즌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야후 경매사이트에 이 도메인을 1백억달러에 슬쩍 내놓는 기지도 발휘했다.

그는 태극기 홈페이지(http://www.koreaflag.com)도 만들어 행정자치부에 기증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행자부 관계자는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경북도의 또다른 한 직원은 한국대통령 홈페이지(http://www.koreapresident.com)를 갖고 있다. 이 직원은 도메인을 팔 수 없겠느냐는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거절했다.

경북도청 공무원 사이엔 요즘 인터넷 바람이 거세다. 경북도는 최근 실.국별로 홈페이지를 제작, 운영하고 있다. 청내에서 실시한 홈페이지 교육엔 무려 1백30여명의 직원들이 몰려 들었다. 새로 차지할 만한 도메인 사냥에도 열심이다.

일장기 사이트는 한달여 만에 2만4천여건 접속에 방명록 기록만 1천여건을 넘어섰다. 사이트가 알려진 이후 국내외에서 격려와 문의전화도 쏟아진다.

도메인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 달라는 요청도 빗발친다. 바로 인터넷이 만들고 있는 세방화(世方化)의 현장이다.

인터넷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없애는 것은 물론 하기에 따라서는 지방이 곧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시대 극일(克日)운동과 한국대통령 연구의 중심지는 머지않아 대구 경북도청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송의호 <대구.경북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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