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그린마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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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쇼생크 탈출' (1994년)로 명성을 높인 프랭크 대러본트 감독의 작품. 미국의 인기소설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올해 오스카상 작품상.남우조연상.각색상.음향상 후보에 올라 있다.

살인 누명을 쓴 흑인 사형수와 백인 간수 사이의 우정, 그리고 죽음을 앞둔 인간의 심리를 뭉클하게 그렸다.

미국이 경제공황의 수렁에서 신음하던 1935년 루이지애나의 콜드 마운틴 교도소가 무대. 이 교도소에서는 사형수들이 감방에서 나와 사형집행장까지 걸어가는 초록색 복도를 '그린 마일' 이라 부른다.

사형수 감방의 간수장으로 일하는 폴 에지컴(톰 행크스)은 어느날 거구의 흑인 사형수 존 커피(마이클 던컨)를 인수한다.

그런데 쌍둥이 소녀를 무참히 살해한 흉악범치고는 커피가 너무 순진하다. 느릿느릿한 행동과 말투는 오히려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에지컴의 임무는 사형수들을 별 탈 없이 사형시키는 것이지만 커피의 순진무구함에는 갈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존 커피의 사형집행일은 자꾸만 다가오고, 그럴수록 에지컴의 마음 속에는 커피가 무죄라는 확신이 더욱 강해진다. 커피에게는 병을 치료하는 초능력이 있다.

영화는 커피가 처참하게 살해된 두 소녀를 잡고서 '너무 늦었어!' 라고 울부짖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중반에 커피를 초능력을 지닌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커피의 무죄를 너무 쉽게 드러내 버린다.

전기의자에 묶인 상태에서 커피가 남기는 말은 인간의 폭력성을 향한 절규이다. "이 세상을 빨리 떠나고 싶어요. 너무 지쳤어요. " 이 영화는 늘 오류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는 인간이 같은 인간의 생명을 죽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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