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란의 문화예술로 떠나는 여행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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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쥬얼리 브릿지’

청춘남녀의 사랑에 대한 명제 찾기
부산의 광안대교를 모티브로 탄생한 연극 ‘쥬얼리 브릿지’는 관객들에게 사랑에 관한 궁금증을 던진다. 9년 전 언니의 죽음으로 한국을 떠난 복희는 친구 미코노시와 함께 돌아온다. 복희를 마중 나온 언니의 옛 남자친구 료와 미코노시 사이에는 미묘한 기운이 흐른다. 미코노시는 료와 죽은 귀진언니, 그리고 복희 사이의 비밀을 알게 된다. 자신이 고교생이었을 시절, 학예제 준비를 하며 쥬얼리 브릿지에 얽힌 전설을 조사하던 복희는 다리지기를 만나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찾게 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
이 작품은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구성(plot)이 매우 긴장감 있다. 14세기 비잔틴 제국을 배경으로 한 전설 속의 인물들과 실제 인물들이 한 공간 안에서 표현된다. 이들은 사랑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다른 시대의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며 조언하기까지 한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경계선을 지운 연극
‘쥬얼리 브릿지’는 다방면에서 경계를 허문다. 우선 부산 명물 연극이 서울에 입성함으로써 지역적 경계를 허물었다. 게다가 시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린 구성, 20년 이상 연극무대를 밟아온 베테랑 배우와 데뷔전을 치르는 대학로 새내기의 만남, 신체극과 정극을 오가는 표현 등 무엇하나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의 만남을 꾀한다. 어쩌면 이것은 배우·공연기획자·축제제작자 등 다양한 위치에서 문화를 탐닉하던 이재진 연출의 이력이 바탕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마음의 경계를 지우는 것이 사랑의 필수요소라 말하는 연극 ‘쥬얼리 브릿지’의 메시지다.

살아있음을 즐겨라

연극 ‘쥬얼리 브릿지’의 서울공연이 즐거운 또 하나의 이유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피아노 라이브 연주 때문이다. 음악 교과서에서나 있을 법한 피아노 명곡들이 공연 내내 펼쳐진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는 것도이 공연의 재미 중 하나다. 류이치 사카모토, 야니 등의 기존 음악이 가지고 있는 느낌 뿐만 아니라 공연의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져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격한 감정을 들려준다. 공연장에는 극중 인물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인 커피가 곳곳에 놓여 있다.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커피 온기와 향긋함을 느낄 수 있는, 오감이 풍요로운 공연이다. 쥬얼리 브릿지는 순수했던 청소년 시절을 간직한 소녀의 달콤하고 아릿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연극이다. 다소 엉뚱했던 그 시절의 열정은 누구에게나 뜨거웠고 다소 어수룩했던 그 시절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웠기에 쥬얼리 브릿지’를 보는 내내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진=연극 ‘쥬얼리 브릿지’의 주인공들.]

문화기획 집단 문화 아이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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