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몸의 병은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수천년을 살아온 여자들의 경우 더 그렇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원제 : Women' s Bodies, Women' s Wisdom.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강현주 옮김.한문화.2만원)는 마음과 몸의 병을 함께 앓아온 여성들의 병을 육체적으로만 아니라 정신적으로까지 치유하려는 책이다.

노스럽은 여성만의 질병을 치료해 온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인 동시에 여성의 해방을 주장하는 여성주의자이다. 그래서 흔히 심신의학자로 불린다.

저자는 20년간 산부인과를 운영하면서 "건강과 질병이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신" 하게 되었고,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본 결과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중독된 모습" 이 병의 큰 원인임을 발견했다.

저자는 "이브는 인류를 타락시킨 장본인" 이라고 전제한다. 기독교문화속에서 가부장적 질서의 출발은 이브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이브' 라는 존재로부터 남성에 귀속되는 여성의 위치가 정해졌고, 이러한 기독교 전통은 여성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해 왔다는 것이다.

책은 구체적인 여성의 몸과 질병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예컨대 월경의 경우 모계중심 사회에서는 '성스러운 것' 이었으나,가부장적 남성중심 사회에서는 '수치스럽고, 불결하고, 심지어 농작물을 황폐화시키는 저주스런 것' 이 돼버리는 식이다.

이런 왜곡된 인식이 여성을 더욱 위축시키고, 자연스런 몸의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것은 곧 월경통과 같은 현상을 더욱 고통스럽게 느끼도록 만든 심리적 배경이 되었다.

저자는 이런 질병의 치유책을 제시하기위해 각종 질병을 문화.심리.의학이라는 다차원으로 하나씩 파헤치고 있다.

질병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병이 생기는 여성 신체상의 해부학적.임상적 근거를 제시하고, 끝으로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의학서적이면서 문화인류학 서적이고, 또 여성심리학 책이기도 하다.

치유법은 간단히 말해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지금까지 감춰져온 내면의 소리를 듣고, 이에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건강한 마음과 몸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성의 지혜' 며 건강한 삶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이라는 주장이다.

저자가 제시한 치유방안의 단계는 '과거를 철저히 파헤쳐라' - '당신의 믿음을 정돈하라' - '감정을 존중하고 마음껏 발산하라' - '몸의 메시지에 귀기울여라' - '몸을 존중하라' - '내면의 지혜를 인정하라' - '충만한 정신을 회복하라' - '도움을 구하라' - '용서하라' - '적극적으로 살아라' 등이다.

간단히 말해 피곤하면 쉬고, 슬프면 마음껏 울어보라는 얘기다.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은 '쉬어야한다' 는 몸의 메시지이기에 존중해야 하며, 감정을 발산하는 눈물은 몸의 독성을 씻어내는 성분이 있기에 마음껏 울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라는 것이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