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112지령실 18명중 여경이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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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8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지령실(指令室, 112센터). 금남(禁男)의 구역이었던 경찰의 심장부를 여경들이 점령해 맹활약중이다.

지령실 직원은 모두 18명. 이 가운데 9명이 여경들이다. 이들은 모두 경장이며 나이는 27~31세.

한달전쯤 함께 지령실에 배치된 이들은 3개팀으로 나눠 한팀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다른 팀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근무한다. 나머지 팀은 하루를 쉰다.

이들이 하루에 처리하는 사건은 평균 3백50여건. 그동안 무전기도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지만 이젠 제법 업무에도 익숙해졌다.

3년전 임용돼 면허시험장과 남부경찰서 민원실에서 근무했던 김아진(27)경장은 "지난 설때 제사도 지내지 못했지만 진짜 경찰관이 된 것같아 뿌듯하다" 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체력이 약한 여성이 밤샘근무를 하기엔 아무래도 벅차다. 결혼한 사람이 5명이나 돼 아이들도 걱정이다.

"시부모님께 아이를 맡겨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경찰관의 임무 아닌가요. " 박경여(30)경장은 "덕분에 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 다행" 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부임한 이후 다행히 큰 사건은 없었지만 무전으로 지령을 내리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복잡한 골목길 주택에서 범죄라도 발생하면 곧바로 인근 순찰차에 위치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시내 지리를 익히느라 바쁘다.

이들을 맥빠지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장난전화. 전화벨이 울릴때마다 잔뜩 긴장하지만 말없이 끊거나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적지 않다.

金경장은 "어린이나 술취한 사람들이 전화해 욕설이나 농담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며 "긴급한 범죄 신고자를 생각해 장난전화를 삼가 달라" 고 당부했다.

대구경찰청 전희상 경무과장은 "부드러운 이미지와 섬세함을 고려해 여경들을 지령실에 배치했다" 며 "이런 의도가 맞아 들어가는 것같다" 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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