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봉사단 우간다서 진료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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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의료봉사단이 온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

1월 29일 밤, 의사 7명과 학생.주부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회장 윤남중)의 의료봉사단(단장 金仙英.49.충남대 의대교수)이 우간다 쿠미도에 도착하자 이곳에 파견돼 봉사활동 중이던 국제기아대책기구의 우간다 지부장 유형렬(柳亨烈.42).이민자(李敏子.39)씨 부부가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는다.

이튿날 아침. 서둘러 첫 봉사지인 쿠미병원으로 향했다.

상쾌한 햇살을 받으며 봉고차로 이동하는 동안 망고나무와 갈색 목초가 어우러진 평원의 경치구경도 잠시, 병원에는 우간다의 눈물겨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낡은 단층병원 복도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환자로 들끓고 있었다. 짓무른 다리를 드러내놓고 맨 땅에 퍼질러 앉은 환자들, 동생인듯 두 세살쯤 된 아이를 업고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앙상한 어린이들, 멍하니 앉아있는 노인들.

"이 병원은 인구 1백만명의 쿠미지역 3개 병원 중 가장 크지만 의사는 4명뿐입니다. 환자들은 말라리아.에이즈.매독.피부병 등을 앓고 있지만 시설과 약이 부족해 제대로 치료를 못받고 있습니다. "

봉사단은 쿠미병원장인 오플렛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진료에 들어갔다. 일행중 남상륜(51.산부인과 의사)씨는 첫 환자의 자궁혹 제거수술을 했다. "오늘 수술하지 않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고 했다.

김인호(26.치과의사)씨도 "고름이 나는 썩은 이들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통증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며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쳤다. 이정은(48.내과의사)씨는 "시력이 나쁜 사람들이 많은데 안경을 해줄 수도 없어 안타깝다" 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대부분 묵묵히 순서를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은 뒤 약을 받아들고는 그대로 돌아갔다. 우리 의료진에게 고마워하며 악수를 청하는 환자도 있었다.

우간다는 국민소득이 2백달러에 불과하고 인구의 30%는 에이즈 환자다. 많은 어린이들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는데, 그 중 쿠미지역은 정부의 손길조차 제대로 미치지 않는 곳이다.

국제기아대책기구는 1996년부터 柳씨 부부를 파견해 이곳에 아프리카 지도자훈련원.쿠미대학 등을 세워 선교와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의료봉사단은 지난해부터 파견하고 있다.

첫날 진료를 마쳤을 때 의료진은 저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金단장은 "병과의 전쟁을 치르는 이 처절한 현장이 너무 가슴아프다. 생명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사람들 같다" 고 말했다.

3일간 한국 의료봉사단은 이 병원에서 현지 의사들과 함께 6백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병원진료에 이어 마을 진료에서도 1천여명의 주민이 몰렸다. 핼쓱한 자녀들은 데리고 나와 안타까운 눈으로 의료진을 바라보는 모정은 아프리카의 태양보다 더 뜨거웠다.

의료진은 45도를 웃도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망고나무 그늘을 따라 장비를 옮겨가며 진료를 계속했다.

태양이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무렵, ' 한나절을 줄 서 기다려온 수백명의 환자들을 그대로 둔 채 5일간의 진료활동을 마치고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봉사단원 중 가장 어린 남에스더(17.대전예고 2년)양은 "봉사를 하면서도 마음이 무겁고 아쉬웠다. 이들이 겪는 불행이 너무 커 눈물을 많이 흘렸다.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와 도움을 주겠다" 고 말했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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