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화장실 학생선도 큰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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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화장실 교육법' 으로 남자 고교에서 흡연과 폭력을 몰아낸 학교가 있다. 부산 내성고 이인숙(李寅淑.61)교장이 주인공. 그는 아침에 오면 제일 먼저 교내 화장실 10곳을 모두 둘러본다. 깨끗한지, 담배꽁초는 있는지 등을 챙겨보기 위해서다.

李교장은 화장실에 유별나게 관심을 쏟는다. 학생들만의 문화가 화장실에서 많이 형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부임한 뒤 먼저 화장실을 수리했다.

당시 소변기의 전자감응장치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았다. 감응장치 1백50개를 바꿔 달고 화장실 문에 페인트 칠을 했다. 소변기.대변기는 본래의 하얀 색깔이 날 때까지 세제 등으로 닦았다.

1, 2학년 중에서 화장실 자원봉사 당번을 모집했다. 그러자 38명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관리하겠다" 며 지원해 활동 중이다. '깨끗하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화장실이 李교장의 최종 목표다.

올해는 시.그림이 든 액자와 꽃도 화장실에 갖다놓을 계획이다.

화장실이 깨끗해지자 놀랄 만한 효과들이 나타났다. 李교장이 부임했을 때는 한 화장실에서 20~30개의 담배꽁초가 나왔다. 지금은 1학년 화장실에서는 거의 없고 2, 3학년 화장실에서만 10개 안팎의 담배꽁초가 발견된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李교장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며 "꽁초를 버리기가 부끄럽도록 깨끗하게 유지한 것이 비결" 이라고 말했다.

올 1학기말께는 화장실에서 흡연이 거의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화장실에서 폭력이 한 건도 없으며 낙서도 거의 사라졌다.

李교장은 "화장실이 더러우면 흡연.폭력.음란한 낙서 등 부정적 학생 문화가 싹튼다" 며 "반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우면 건전한 문화가 형성된다" 고 강조했다.

자원봉사 당번인 2학년 민정규(閔晶圭.17)군은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것을 보면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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