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호남현역 상당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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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공천원칙이 휘청거리고 있다. 물갈이설이 나돌았던 호남권 현역의원들이 상당수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수도권에 전진배치될 것으로 기대됐던 학생운동권 출신의 386세대들은 지역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당 관계자들은 "개혁성.참신성.도덕성을 앞세우고, 노(老).장(壯).청(靑)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공천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고 걱정했다.

더구나 당에서 서울 강남을 공천설을 흘렸던 서상록(徐相祿)전 삼미그룹 부회장은 "출마의사가 없다" 고 밝혔다.

◇ 호남 물갈이폭 축소〓중앙당 후원회장인 김봉호(金琫鎬.해남-진도)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조찬형(趙贊衡.남원).김영진(金泳鎭.강진 - 완도).임복진(林福鎭.광주남).김명규(金明圭.광양).장성원(張誠源.김제)의원 등 6~7명의 현역 재공천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호남 현역의원 36명 중 18명이 재공천되고 전국구인 한영애(韓英愛)의원이 보성-화순에 배치될 경우 현역 물갈이폭은 당초 예고했던 60%대에서 47%로 낮아질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봉호 부의장은 개인이 아닌 '당 차원' 에서 돈을 받았다가 시민단체 공천반대 명단에 올랐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동정론이 많다" 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지도부로선 개혁성 못지않게 충성심도 중요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 같다" 고 설명했다.

金부의장은 14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고문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선 "金부의장이 당내 기여도 등을 앞세워 담판한 것 아니냐" 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복진.조찬형 의원은 각각 국방전문가.법사위 활약 등이, 김명규.장성원 의원 등은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부 의원들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특수관계와 핵심 실세들에 대한 막판 로비가 효력을 발휘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찬형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이강래(李康來)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여론조사 결과가 앞선 사람을 공천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 후퇴하는 386 전진배치〓운동권 출신으로 입당한 6명 중 함운경(咸雲炅).오영식(吳泳食).허인회(許仁會).이인영(李仁榮)씨의 지역구 공천이 불투명해졌다.

당 관계자는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현역의원들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산 출마를 희망했다가 수도권으로 차출된 함운경씨는 지역구를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영식씨 역시 서울 은평을에서 이석형(李錫炯)변호사에게 밀려난 상태.

서울 동대문을 출마를 준비했던 허인회씨는 과거 학생운동과 관련한 색깔론 때문에 당쪽에서 공천을 재검토 중이다.

이들은 "정치신인들은 현역보다 여론조사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당쪽에서 갑자기 이를 거론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고 주장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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