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남북전쟁 재연?…'남부연합기' 게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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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청사의 중앙돔 위에 게양된 남부 연합기를 둘러싸고 대선 주자들 사이에 논쟁이 한창이다.

공화당 대선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19일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깃발논쟁' 은 흑백간 인종 대립에다 남부의 전통과 자존심 문제까지 겹쳐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부 연합기는 1861년 발발한 남북전쟁 당시 로버트 리 장군 휘하의 남부 연합군이 사용했던 군기(軍旗)로 1865년 남군의 패배로 전쟁이 막을 내린 뒤 공식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1962년 남북전쟁 1백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남부의 전통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청사에 성조기와 함께 다시 내걸리게 된 것.

논란은 미 대선 주자들이 깃발 게양 문제에 제각각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시작됐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민들이 결정할 일" 이란 입장을 보였다.

같은 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처음엔 "남부 연합기는 인종차별의 상징" 이라며 비판적 태도를 보이다 보수 백인표를 의식한듯 "전통의 상징" 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다시 "지역주민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고 한발 더 물러났다.

민주당은 흑인표를 의식한듯 즉각 공격에 나섰다.

앨 고어 부통령과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은 일제히 "남부연합기를 즉각 주청사에서 끌어내려라" 며 공화당 주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또 백인단체들은 "남부 연합기는 남부의 전통(유산)일 뿐" 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흑인단체들은 "당신들의 전통은 우리(흑인)의 노예화" 라고 반발하고 있어 갈등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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